[취재현장] 잊지말아야 할 기억들

2014-05-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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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재난 공화국에 다름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이 돼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사건이 여전히 진행중임에도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를 비롯해 가로수길 건물 붕괴와 합정역 화재, 포스코와 LS니꼬동제련 폭발사고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렇듯 계속된 재난 상황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잇달아 붕괴되며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1990년대 중반과 다름이 없다. 하루하루 일하며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하다.

참사가 터진 직후 잠시뿐이지만 정부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대응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한다. 산업현장에서도 안전설비 및 관리체계에 대한 전면 재점검에 나서며 안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충분히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무엇인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두들 잊고 마는게 현실이다.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주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화재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화재가 발생했단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 층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빌딩 안에 있던 직원들 가운데 대피 훈련에 참여한 사람은 4분의 1 정도인 2000여명 이었다. 이곳에 있는 직원은 약 9000명. 안전 불감증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훈련에 참여한 사람들도 전화 통화를 하거나 옆 사람과 훈련 상황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안으로부터의 위기는 진짜 무서운 일이다. '설마'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물론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한다. 10년, 20년이 흘러 또 다른 삼풍백화점, 세월호가 나타나지는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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