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그간 활력이 없던 뉴욕 증시가 지난주 한 업체의 상장신청 소식으로 들끓었다. 이 업체는 다름아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지난 6일(현지시간) 증시 상장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중 어디에 상장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분 12%를 상장시키면서 알리바바는 최대 25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IPO를 통해 160억달러를, 2010년 중국 농업은행은 219억달러를 각각 모집했었다. IPO 이후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가뿐하게 페이스북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총 2000억달러를 넘겨,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34.4%)와 야후(22.6%)이며, 창립자인 마 회장이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다. 월가는 “알리바바의 상장은 세계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마윈(馬雲)이 단돈 7000만원으로 창업한 알리바바는 창업 14년 만에 미국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알리바바를 통해 거래된 상품금액은 무려 2480억달러다. 이는 핀란드의 전체 GDP(2013년 기준 2596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며, 우리나라 GDP의 5분의 1을 살짝 못미치는 수준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총리가 ‘창조경영의 표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가 ‘진정한 혁신가’로 극찬했던 마윈.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전세계 IT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는 어디에 투자하려고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모으려 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가 최근 보여온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5월10일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 CEO직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그리고 18일만인 5월28일 물류택배업체인 '차이냐오(菜鳥) 네트워크 과학기술유한공사(이하 차이냐오)'의 창립을 선언했다. 차이냐오의 창립에는 알리바바와 함께 인타이(銀泰)그룹, 푸춘(富春)그룹 등 유통기업을 비롯해 선퉁(申通), 위안퉁(圓通) 등 택배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 차이냐오는 총 3000억위안을 단계별로 투자해 5~8년내 중국 전역 어디서나 24시간 안에 일일배송이 가능한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3억 인구에 광활한 토지를 보유한 중국에서 오전에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오후에 손에 쥐어볼 수 있는 서비스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마윈은 과감하게 도전했다.
차이냐오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초보자, 풋내기를 의미하는 인터넷 유행어다. 마윈은 회사창립 기자회견에서 "나 역시 처음에는 차이냐오에 불과했지만 알리바바와 함께 비상했다"면서 "불가능에 도전하고, 노력하고, 미래를 꿈꾸는 차이냐오야 말로 도약과 비상의 주역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룡은행들 잔뜩 긴장시켜
지난해 6월 알리바바는 위어바오(餘額包)를 출시했다. 당시로서는 아주 생소한 개념의 인터넷 금융상품이었지만, 위어바오는 출시 이후 무려 8100만명의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중국 전체 주식투자자 6700만명보다 많은 사람이 위어바오에 돈을 집어넣었다. 위어바오에 맡겨진 투자금액은 지난 2월말 기준 5000억위안(약 86조800억원)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MMF로 자리를 잡았다. 3월11일까지 수익금액만 29억6000만위안이었다.
위어바오는 인터넷회사인 알리바바의 결제회사인 알리페이(Alipay, 支付寶)와 톈훙펀드가 공동으로 출시한 인터넷 자산관리상품이다. 알리페이에 적립된 인터넷머니를 위어바오로 이체시키면 위어바오가 이 자금을 운영해 고객들에게 수익을 안겨준다. 위어바오는 MMF의 수시입출금기능, 알리페이의 온라인 결제, 계좌 이체, 신용카드 대금 상환 기능도 모두 가지고 있어 편리하며, 알리바바가 보증하기에 소비자신뢰도가 높다. 톈훙펀드는 자금을 1년만기 국채나 상업어음, 기업어음, 은행채,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
지난해 잦은 금융경색으로 중국내 금융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한 경우가 많았으며, 위어바오는 이 시기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은행금리의 2배에 가까운 6%의 수익률을 냈다. 중국 인민들은 위어바오에 열광했고, 중국의 공룡 국유기업들은 은행예금에서 자금을 빼내 위어바오로 이동시키는 고객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알리바바는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 보험회사인 중안자이센과 톈훙펀드를 인수해 보험업에 진출했다. 또한 인터넷소액대출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임을 공표했다. 금융사업은 알리바바그룹의 새로운 핵심영역이다.
◆”온ㆍ오프라인 통합시대 온다”
지난달 알리바바는 인타이(銀泰)쇼핑에 약 53억7000만 홍콩달러(약 74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인타이 지분의 9.9%와 37억1000만 홍콩달러 가치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게 된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알리바바의인타이 지분은 26.13%로 늘어나 인타이의 2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인타이쇼핑은 36곳의 백화점 및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내 대형 유통업체다. 알리바바의 인타이 투자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사업 확장을 위한 포석이다.
인타이백화점과 인타이쇼핑몰은 중국내 고급브랜드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특히 부유층 소비자들을 주요 고객군으로 거느리고 있다. 알리바바가 최초 오프라인 진출의 발판으로 인타이를 선택한 것 역시 인타이가 보유하고 있는 도시의 명품구매 고객층에 있다. 이들은 인터넷쇼핑보다는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선호한다. 하지만 마윈은 미래의 시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에서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본 다음에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쇼핑몰에 접속해 동일한 상품을 주문한다거나, 백화점내에서 인터넷화폐로 결재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 또한 인터넷으로 상품들의 백화점 진열모습을 보고, 온라인으로 점원들의 설명을 듣고 구매를 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천궈쥔(瀋國軍) 인타이 회장은 "빠르게 진보하는 기술에 발맞춰 기업들도 학습과 응용이 필요하다"면서 " 알리바바와의 합작으로 신(新)인타임이 미래 소비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본 상품,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
알리바바는 지난달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투더우(이하 유쿠)와도 손을 잡았다. 알리바바와 알리바바 산하의 윈펑(雲鋒)캐피털은 12억2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해 유쿠의 지분 18.5%를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알리바바와 유쿠는 이후 소비자가 유쿠에서 동영상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드라마에 나온 제품을 클릭하면 곧바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의 인터넷 매장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이번 합작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공동으로 인터넷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유쿠의 구융창(古永鏘) 회장은 "이번 합작은 유쿠가 중국 최대 인터넷 동양상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중국인들의 인터넷 사용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역시 "이번 조치로 알리바바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는 동시에 알리바바의 고객들에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성공비결? 자금ㆍ기술ㆍ계획이 없었기에”
마윈은 이처럼 알리바바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도전하고,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는 IPO를 통해 모집된 자금을 신사업에 쏟아부어 알리바바를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인터넷기업으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그는 태자당그룹도 재벌2세도 아니다. 1964년 항저우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인터넷업계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가 1999년 2월 20평의 아파트에 모인 18명의 동료들과 함께 50만위안(당시 7000만원)의 자본금과 단돈 500위안(당시 7만원)의 월급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창업 14년만인 지난해 매출액은 90억달러를 넘었다.
그는 그 스스로의 성공의 비결을 “돈과 기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 아꼈고 기술을 몰라 누구나 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계획이 없어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마윈의 걸어온 길과 그가 꿈꾸는 미래, 그리고 현실에 옮기는 실행력은 우리나라 기업인들과 직장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