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선물' 안세하 "공황장애는 내 운명"

2014-05-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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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하 [사진제공=하늘구름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누군가가 물었다. 배우 안세하가 누구냐고. 처음엔 그저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배우, 어딘가 심상치 않다.

안세하의 필모그라피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6편이 전부다. 지난해부터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깜짝 등장하면서 존재를 알렸던 그의 필모그라피보다 화려한 건 이름 뒤에 붙은 수식어다. 예를 들어 '미친 존재감'이나 '숨은 감초', 혹은 '신스틸러' 같은 것. 혹자는 안세하를 두고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라고도 칭했다.

'우아한 녀'와 '투윅스', '미래의 선택'과 '신의 선물-14일'을 거쳐오면서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된 안세하는 방송가에서 지켜보는 배우가 됐다. 안세하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선보이며 출연 작품마다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뿜어내는 존재감은 윤제문, 오달수, 마동석, 오정세, 김성오 등 연기파 배우의 뒤를 잇기에 충분하다.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한 시간이 모자랐다.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진실된 눈빛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토내해는 안세하에게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강한 힘을 느꼈다. 그렇다. 안세하는 위트와 재치, 유머를 겸비한 준비된 배우였다.
 

안세하 [사진제공=하늘구름엔터테인먼트]

# 사업을 꿈꾸던 소년, 배우가 되다

안세하는 어린 시절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털어놨다. 가수 김장훈이나 개그맨 이경규가 한때 겪었던 병으로 알려진, 그러니까 많은 사람 앞에서면 땀이 삐질삐질 난다거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증세가 이어지는 것. 더러는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를 타지 못할 정도로 심한 사람도 있다는데 안세하가 그랬다.

그는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무작정 서울행을 택했다고 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의 그 불안한 긴장을 이겨내면 공황장애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서울에 올라왔다가 내려가자는 생각이었죠. 경영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단지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해서 탄 버스였는데… 그게 운명의 시작이 됐죠. 하하."

그가 말한 운명은 '가수 오디션 전단지'였다. 여의도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종이. '가수를 뽑습니다' 였다. 노래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던 안세하는 '서울에 올라온 김에 오디션이나 한번 보고 갈까' 하는 호기심에 오디션장을 찾았고, 우여곡절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제2의 인생.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본명 안재석을 버리고 안세하를 선택했을 때 '배우'에 올인하기로 결심한 그는 한 편 한 편씩 필모그라피를 쌓아가는 재미,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되는 재미가 '기가 차다'고 했다.

"후회요? 할 틈이 어디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선배 배우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고 TV에 제 모습이 나오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 한 번은 선배 배우가 경험을 해야 한다면서 옆 테이블에 있는 여성분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생애 처음으로 해봤는데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웠죠. 여성분은 당연히 'NO' 였고요. 하하. 이렇게 배우가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감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그 캐릭터가 되어서 간다는 안세하. 독보적 캐릭터는 알고보니 밤낮없는 고민과 연구 끝에 탄생한 거였다.

"쟁쟁한 대선배들이 많잖아요.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겠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삐뚠 제 치아도 전 좋아요. 낮은 코도 좋고요. 이게 제가 가진 경쟁력이 아닐까요?"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은 안세하. 한 단계씩 찬찬히 밟아 나가면 '도약'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그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오늘이 궁금하고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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