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정도전' 통해 바라본 '기황후'…역사왜곡이 아쉽다

2014-04-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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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기황후 [사진제공=KBS, 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6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기황후'가 역사왜곡 논란과 함께 대장정을 끝냈다. '기황후'가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질수록 더욱 빛나는 건 '정도전'이었다.

2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 마지막회에서는 황제 타환(지창욱), 황태후(김서형), 골타(조재윤) 등 주요인물이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혼자 남게 된 기승냥(하지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승냥은 자신이 원하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 핏빛 결말에 쓸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황후'는 방송 초반부터 역사왜곡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반년 동안 줄곧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끝까지 '역사왜곡'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그리고 제작진도 그 꼬리표를 인지한 듯 '기황후' 마지막 장면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기승냥(하지원)과 박불화(최무성)의 대화로 고려왕이 패악을 일삼던 기승냥의 오라버니들을 시해한 사실을 인지시켰다. '몇 년 후'라는 자막은 탈탈(진이한)이 홍건적 진압에 실패, 죽음을 맞이한 사실을 강조했다.

"본 드라마는 기황후의 삶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했다. 1368년, 기황후는 주원장에게 대도를 정복당하고 북쪽 초원지대로 물러나 북원을 건국했다. 기황후의 아들 아유시리다라는 북원의 황제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자막으로 알렸다.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기황후' 측이 팩션임을 강조해왔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방송 말미에서야 자막을 이용해 기승냥과 원나라의 몰락을 숨 가쁘게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어색하다. "기황후 일가의 부정적 측면도 담겠다"는 약속에 대한 이들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단순한 대화나 자막만으로 왜곡이 쉽게 미화되진 않는다. 결국 '기황후'는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이도 저도 아닌 허술한 결말을 맞게 됐다.

'기황후'는 제작단계에서부터 기황후와 충혜왕을 영웅적 인물로 묘사해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의 로맨티스트로 묘사된 충혜왕은 역사에는 새 어머니와 장모를 겁탈하는 등 음탕한 짓을 일삼은 폭군으로 기록돼 있다.

기황후에 대한 역사적 해석 역시 분분하다. 하지원은 고려 출신 공녀로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대원제국의 황후가 되는 인물이지만 '고려사절요'에는 기황후와 그의 오빠인 기철 4형제를 "고려에서 패악을 일삼다가 쫓겨나자 원 황제에게 고려를 침공하라고 부추긴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방송 직전 주인공 주진모의 역할을 충혜왕이 아닌 가상의 왕 왕유로 변경했지만 논란은 '기황후'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날까지 계속됐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을 비교했고 그때마다 '기황후'는 논란을 이겨내야 했다.

상대적으로 KBS1 주말드라마 '정도전'이 빛을 발한 이유도 역사왜곡에 대한 염증과 관련돼 있다. 사료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든 정통 사극이라는 이름 하에 '정도전'은 승승장구했고 '기황후'는 그때마다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결론적으로 '기황후'는 논란에도 높은 시청률 속에 종영했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전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기황후'가 '역사왜곡'의 길을 간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일이다. 이후의 드라마들이 시청률 성공의 '교과서'로 삼기보다 '반면의 교사'로 삼길 바란다.

'정도전' 등 정통드라마는 더 많은 고증을 바탕으로, 더욱 공들여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기에 퓨전·픽션드라마보다 부담감이 큰 건 사실이다. 때로는 조그마한 실수도 크게 와닿는다. 하지만 제작진의 땀을 아는 시청자는 그런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기황후'에 붙지 못한 '명품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이유다. '기황후'의 반쪽짜리 성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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