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해양수산부 산하 유관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염증이 상당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해수부 뿐 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대부분 부처에서 퇴직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이미 관행처럼 굳어져 사회 곳곳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 정부 유관기관은 ‘명퇴자의 천국’
유관기관 관료화는 기재부를 빼 놓을 수 없다. 기관장 뿐 아니라 비상임이사까지 모피아(재정+마피아) 출신이 꿰차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금융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25명 가운데 17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약 68%가 퇴직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모피아에 가려 있던 국토부(국피아), 산업부(산피아)도 최근 공직개혁을 앞두고 속속 병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협회를 비롯한 10곳이 국토부 출신 공무원이다. 이 가운데 6명은 현 정부들어 취임했다.
산업부는 더 심하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한표(새누리당) 의원이 분석한 결과 산업부 유관단체 445개 중 규모가 큰 100개 핵심 기관의 70%가 관료 출신의 몫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퇴직공무원들이 정부의 인맥을 통해 민간기관 위탁으로 규제나 제도에서 자유롭게 관리·감독권을 강화해 나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원전비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퇴직공무원의 관행이 반복되면서 비리가 양산되는 사회 전반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는 민간단체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퇴직공무원으로 인해 유착관계에 놓였다”며 “세월호의 경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유관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고를 키웠다”고 말했다.
◆ 연금 받으며 단체장까지…남은 인생은 보너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예산결산 자료를 통해 발표한 연금충당부채는 596조원에 달한다. 작년 국가부채가 1117조원을 감안할 때 부채 절반 가량이 퇴직 공무원으로 인한 부채인 셈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이 금액이 모두 퇴직공무원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퇴직연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며 "이를 줄이기 위한 법령 재정비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적자가 얼마가 나든 국가 예산으로 메워 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혈세 9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대로 놔뒀다간 올해 2조5000억원 등 박근혜 정부 5년간 14조9900억원, 다음 정부에선 31조4700억원이나 세금이 들어간다. '퇴직공무원 연금 주다 국가 재정이 거덜 날 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를 받고도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 연금 받으며 단체장까지 영위하는 삶을 누리는 형국이다.
실장급 공무원들은 정년 60세를 꽉 채우고도 보너스로 10년을 공기업과 협회를 돌며 활동한다. 이 기간을 퇴직 연금과 직위 보장까지 받는 소위 ‘황금기’로 받아들인다.
유관기관 직원들은 내부승진을 생각할 수 없는 구조다. 매번 날아오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내부에서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산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상의 없는 낙하산 인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했지만 여전하다”며 “민간단체가 퇴직 공무원의 노후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