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출발은 공직사회 개혁부터]<2>사회 곳곳의 병폐…나라망치는 퇴직공무원

2014-04-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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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등 유관기관장 70% 이상이 4급 이상 퇴직자

연금충당부채 한 해 예산만 600조원…너도나도 ‘명예 퇴직’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등으로 방만·부실 경영으로 인한 병폐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퇴직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해양수산부 산하 유관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염증이 상당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해수부 뿐 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대부분 부처에서 퇴직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이미 관행처럼 굳어져 사회 곳곳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 정부 유관기관은 ‘명퇴자의 천국’

28일 기재부·국토부·산업부·해수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각 부처별 유관기관장의 70% 정도가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다. 소위 ‘명예퇴직자의 천국’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유관기관 관료화는 기재부를 빼 놓을 수 없다. 기관장 뿐 아니라 비상임이사까지 모피아(재정+마피아) 출신이 꿰차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금융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25명 가운데 17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약 68%가 퇴직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모피아에 가려 있던 국토부(국피아), 산업부(산피아)도 최근 공직개혁을 앞두고 속속 병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협회를 비롯한 10곳이 국토부 출신 공무원이다. 이 가운데 6명은 현 정부들어 취임했다.

산업부는 더 심하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한표(새누리당) 의원이 분석한 결과 산업부 유관단체 445개 중 규모가 큰 100개 핵심 기관의 70%가 관료 출신의 몫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퇴직공무원들이 정부의 인맥을 통해 민간기관 위탁으로 규제나 제도에서 자유롭게 관리·감독권을 강화해 나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원전비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퇴직공무원의 관행이 반복되면서 비리가 양산되는 사회 전반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는 민간단체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퇴직공무원으로 인해 유착관계에 놓였다”며 “세월호의 경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유관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고를 키웠다”고 말했다.

◆ 연금 받으며 단체장까지…남은 인생은 보너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예산결산 자료를 통해 발표한 연금충당부채는 596조원에 달한다. 작년 국가부채가 1117조원을 감안할 때 부채 절반 가량이 퇴직 공무원으로 인한 부채인 셈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이 금액이 모두 퇴직공무원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퇴직연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며 "이를 줄이기 위한 법령 재정비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적자가 얼마가 나든 국가 예산으로 메워 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혈세 9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대로 놔뒀다간 올해 2조5000억원 등 박근혜 정부 5년간 14조9900억원, 다음 정부에선 31조4700억원이나 세금이 들어간다. '퇴직공무원 연금 주다 국가 재정이 거덜 날 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를 받고도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 연금 받으며 단체장까지 영위하는 삶을 누리는 형국이다.

실장급 공무원들은 정년 60세를 꽉 채우고도 보너스로 10년을 공기업과 협회를 돌며 활동한다. 이 기간을 퇴직 연금과 직위 보장까지 받는 소위 ‘황금기’로 받아들인다.

유관기관 직원들은 내부승진을 생각할 수 없는 구조다. 매번 날아오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내부에서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산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상의 없는 낙하산 인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했지만 여전하다”며 “민간단체가 퇴직 공무원의 노후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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