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몰린 경기도 성남시에서 리모델링 지원 정책을 놓고 시와 시의회가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야당 소속 시장이 마련한 지원책에 여대야소 구도인 시의회가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를 내세워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
24일 성남시와 시의회, 분당신도시 소재 리모델링 조합 등에 따르면 시는 25일 열리는 시 의회 도시건설공동위원회 임시회의에 리모델링 단지의 지하주차장 설치 비용 일부를 시가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 상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새누리당 소속 이덕수 시의원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조례 개정안이 상정되면 선거를 의식한 의원들에 의해 쉽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시장이 굳이 임기말에 개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5월 개최된 도시건설 공동위원회에서도 리모델링 단지의 주차장 설치비용 지원 내용이 포함됐으나, 결국 이 내용을 제외한 수정안이 최종 가결됐다.
이덕수 의원은 "사유재산에 공공의 세금을 투입해 지원해주는 법은 없다"며 "만약 지하주차장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면 단지별 규모 차이에 따라 형평성도 어긋나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모델링 조합들은 "지원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화마을 1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기금 지원은 결국 이자를 지불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혜택은 지하주차장 설치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해주는 것인데 이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리모델링 조합들이 지하주차장 설치 비용 지원을 주장하는 근거는 주택법이다. 이 법엔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동주택의 관리업무 수행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공동주택 시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하자보수기간이 끝난 공동주택의 도로·놀이터·경로당·하수도·지상주차장 등 시설 유지관리비에 대해 총 사업비 3000만원 이상일 경우 50% 이내로 지원하고 있고, 서울 강남구도 개·보수 사업비의 최대 80%까지 시설보조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성남시의 경우 재건축·리모델링 추진위가 구성된 단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되면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데 그동안 주민들은 낡은 아파트에서 수리도 못하고 살아야 한다"며 "주민들이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면 향후 발생하는 개·보수비용도 아끼게 되는 것인데 일부라도 리모델링 사업에 지원해줘야 맞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성남지역에서 15년 이상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164개 단지 10만3912가구(분당구 122개 단지 8만6339가구)로 분당에서 11개 단지가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