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 아파트가 시공사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가 공사비 상승 등 사업성 하락을 이유로 조합에 사업비를 열 달 넘게 지원하지 않는 등 갈등 양상을 빚으면서다. 원자잿값, 금리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재건축·재개발 대비 강점이 줄어들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대한 시공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조합 측은 2017년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지난해 4월부터 시공사의 대여금 지원 중단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돼 해지 절차를 밟게 됐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건축심의 조건부 통과(의결)된 이후로도 쌍용건설의 자금 지원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옥수극동은 1986년 준공, 성동구에 위치한 한강변 900가구 규모 단지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분양 135가구를 확보, 1000가구 이상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당초 공사비는 24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시공사의 지원 중단이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사업성 하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많이 오른 데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자체가 어렵고 암반 지형으로 공사 난이도도 높은 곳이라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판단 아래 시공사가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약해지 절차가 시작되며 사업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옥수극동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건축심의 조건부 의결을 거쳐 올 3~4월 중 교통영향평가 변경심의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계약해지 소식이 알려지며 조합원들은 시공사 재선정에 따른 사업지연 및 조합원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조합 측에 따르면 현재 도급순위 10위권 내 시공사 2곳이 참여 의향을 보이고 있다. 한 곳은 상반기 중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전 현장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며, 다른 한 곳은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은 나오지 않아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작년 9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오는 4월 조합 해산총회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고, 송파구 강변현대 역시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군포시 산본동 설악주공8단지는 쌍용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돌연 포기했고, 용인시 현대성우8단지는 주민들이 사업 철회에 동의하며 리모델링 사업 승인 신청이 취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