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손톱 밑 가시 찾아라] BTL 민간제안, 시공책임형 CM 등 공사발주체계 개선해야

2014-04-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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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의 공사발주체계가 건설업의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개통한 평택~시흥간 제2서해안고속도로. 이 도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적용되지 않은 첫 민자도로다. [사진제공 = 국토교통부]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건설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부문 규제개혁에 앞서 공공부문 발주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경직된 공공발주 시스템이 건설업계의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공공부문 발주체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임대형 민자사업(BTL)의 민간제안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공공부문의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발주 방식 도입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의 발주 방식 다양화가 국내 건설업 육성뿐만 아니라 해외건설에서의 경쟁력도 강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민간제안형 BTL사업, 국회가 걸림돌

BTL사업은 지난 2005년 민간투자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민간제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 꾸준히 민간제안 허용을 요구했고 지난해 7월에 이르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BTL사업의 민간제안을 허용키로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입법 발의로 법개정이 진행 중이지만 기획재정위에서 야당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BTL 사업은 민간자본을 투입해 건설한 뒤 정부에 운영권에 대한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경우 민간에서 준공 후 일정 기간 동안 시설사용자로부터 직접 이용료를 징수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충분한 운영수익이 예상되는 시설에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BTL사업의 민간제안을 허용해야 혼합형(BTL+BTO) 사업 활성화를 통해 업계의 민자사업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BTO 방식만 민간제안이 허용되고 있지만 BTL 방식의 민간제안 허용과 함께 혼합형으로 추진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하나의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경쟁력이 있는 구간은 BTO 방식으로, 나머지 구간은 BTL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세종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 적법성 검토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제안에 따른 우려는 크게 없다"며 "민자사업을 민간제안 및 혼합형으로 추진할 경우 정부가 재정으로 투자해야 하는 도로 등의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책임형 건설관리 도입, 후진국형 발주체계도 개선해야

공공부문의 발주 방식이 시공용역형 건설사업관리(CM for Fee) 방식으로만 규정돼 있어 발주방식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방식이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시공용역형만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시공책임형에 대한 정의와 일반적인 내용만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민간발주 사업에서는 시공책임형 발주도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공공부문에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국가계약법상 시공용역형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책임형 발주는 시공 전단계인 타당성조사, 기획, 설계 등의 관리에 CM사가 관여해 효율적인 시공과 공기단축 등이 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시공용역형 발주는 설계와 시공이 완전 분리돼 발주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용역형 발주는 설계사의 의도가 시공사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될 수도 있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설계의 책임인지 시공의 책임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의 시공책임형 수주 실적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의 시공책임형 사업을 수주할 때도 해외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C건설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약 30% 가량이 시공책임형으로 발주되고 있고 동남아 지역도 점차 시공책임형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 공공부문의 발주방식이 다양화돼야 업체들도 해외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인 건산연 연구위원은 "시공용역형의 경우 전체 사업을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 보니 공기를 단축하거나 원가절감 노력이 덜하다"며 "반면 시공책임형은 설계단계부터 관리하면서 공기 단축이 가능하고 공사비 절감이 이뤄지면 인센티브도 발생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공책임형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국내 공공발주 체계가 경직돼 있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단계별 설계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시공에 들어가는 체계가 일반화돼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모든 설계가 마무리돼야 비로소 시공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D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설계가 완료돼야 총 사업비가 배정되기 때문에 발주체계부터 바꾸지 않으면 시공책임형 방식이 도입된다 해도 큰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며 "원전의 경우 설계시공을 병행하도록 계산계약이라는 예외조항이 있는데 일반 토건시설은 내역이 확정되지 않으면 시공에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업 전체의 예산이 사전에 확보되지 않으면 시공책임형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최석인 연구위원은 "공공부분의 경우 반대로 예산에 맞춰 사업을 계약하다 보니 도로 하나의 공기가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며 "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발주처에서 시공책임형 방식을 도입하면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국내 공공발주는 가격경쟁이 주 기조이다 보니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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