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 해킹 피해…"자동차 24조원, 스마트폰 16조원"

2014-04-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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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보안 피해 규모 2015년에는 13조원 이상 예상…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 스마트한 삶을 꿈꾸는 30대 직장인 K씨. 스마트폰으로 스마트카에 시동을 걸고 퇴근길에 오른다. 퇴근 후에는 푹신한 소파에 누워 드라마를 보다가 맘에 드는 제품을 스마트TV로 바로 주문한다. 하지만 이런 K씨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집안 보안을 이유로 설치한 CC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해킹돼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사생활을 감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 서울 상암동에 거주하는 주부 H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취미생활인 사진촬영을 즐긴다. 자녀들 사진은 물론 동호회 사진 등 그녀의 일상을 폰카에 담곤한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동호회 사람들과 수영하는 장면이 나돌고 있었다.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누군가 그녀의 포탈계정을 해킹해 모든 사진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이미 현실화된 시나리오이다. 머지않아 단순한 개인정보의 유출이 아니라 해킹을 통해 교통망을 마비시키고, 스마트 그리드 해킹사고로 국가 전체가 암흑에 휩싸이는 대재앙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21일 산업연구원(KIET)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안전망, 융합보안산업' 보고서를 통해 갈수록 빈번해지고,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안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융합보안 피해액이 오는 2015년에는 13조원 이상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융합보안산업은 정보보안과 물리보안 간의 융합, 혹은 보안기술이 IT융합산업에 적용돼 창출되는 제품 및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내 융합보안 피해는 기존 연구에 기반하여 국내총생산(GDP)의 1% 규모로 추정했을 때 2015년 13조4000억원, 2020년 17조7000억원, 2030년 26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가 신용도 하락, 2차 피해 등을 고려하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같은 융합보안사고는 제조업, 서비스업, 국가기반시설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제조업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제품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수요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스마트카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해 국산 자동차의 최종수요가 10% 감소한다면 연간 약 24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피해액이 약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 서비스산업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부문을 일정 기간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다른 산업부문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기관에 대한 보안공격으로 인해 금융산업에서 1%의 지장을 받게 된다면 금융산업 자체에 1조 7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고, 전산업에 걸쳐 간접적으로 6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연구원은 진단했다.

특히 연구원은 통신, 교통, 전력망 등의 국가기간시설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한다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인터넷망에 1%의 작동불가(inoperability) 상태가 발생하면 전산업에 걸쳐 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선진국의 경우 지식정보보안 관련 규제와 지원을 위한 통합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보보안의 관리·감독 체계는 분야별로 분산돼 있어 국가 차원의 복합적인 보안사고 발생 시에는 기관 간의 정책 혼선이 우려될 전망이다.

이에 연구원은 국내 IT인프라를 활용해 융합보안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황원식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보안피해는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 방재·안전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사고피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설립이 시급하다”면서 “융합보안산업을 육성하려면 국내 IT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 간 협업이 필요하고, 국제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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