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지방이전 공공기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인력이탈이 상당수 발생했다. 지방 이전에 따른 거주지,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4일 세종시에서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세종시대를 선포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해 10명의 박사급 인력이 순차적으로 사퇴했다. KDI에서 박사급 인력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직은 KDI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DI에서 지난 40년간 이처럼 대규모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KDI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긴급하게 1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지만 박사급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KDI 세종청사 주변은 환경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 식사를 하려면 인근 대평리까지 10여분을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늦은 밤에는 택시조차 다니지 않는다. 내부에 카페와 은행 등 복지시설을 구비했지만 직원 복지는 역부족이다.
KDI 세종청사 환경뿐만 아니다. 향후 지방으로 이전하는 다른 공공기관도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이미 지난해부터 인력이탈이 시작되면서 현실이 됐다.
전남 나주로 이전이 확정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최근 실장급 인력이 대학교수로 이직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출퇴근이 어려워질수록 이직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력유출의 조짐은 보이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전문인력들도 민간업계로 자리 옮겨가는 추세다.
에너지분야 A공기업은 지난 2009년까지 3~4명에 불과하던 퇴직자가 2010년부터 급증해 지난해 말에는 20명으로 늘었다. 지방이전 후에도 지역인재 의무 채용으로 인재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A공기업 관계자는 “이전이 시작되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인력유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인력이 빠져나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전에 따른 인력 유출이 심각해지면서 공공기관들은 이전지역에서 자체 채용을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지방이전을 하거나 이전을 앞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들은 지역 합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인재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지역이전 에너지공기업들이 지역인재를 우선적으로 뽑거나 채용목표를 전체 채용자 10% 수준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충북 음성으로 새둥지를 튼 가스안전공사는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통해 특성화고 졸업생 10% 정도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공사는 앞서 지난해 말 신입사원 3명을 이전지역인 충북지역에서 선발한 바 있다.
올 연말에 대구로 이전하는 가스공사도 채용률을 5.9%로 잡고 신입사원 269명 중 16명을 지역인재로 채용할 계획이다. 11월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 또한 비수도권 지역인재에 대해 서류전형시 가점을 부여하는 우대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오는 6월 울산으로 이전하는 동서발전도 180명 채용인원의 일정비율을 울산지역에 할당키로 했으며 11월 부산으로 이전하는 남부발전 또한 141명 채용인원 가운데 10% 수준인 12명을 채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