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택시사고의 교훈: 방치된 고령운전]노인 운전자 사망사고 급증…대책은 전무(종합)

2014-04-09 07:50
  • 글자크기 설정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165만명...사망사고 급증, 국토부 대책 마련엔 '팔짱'만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 2월 택시 한대가 호텔신라 출입문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호텔 직원 등 4명이 다쳤다. 회전문과 유리창, 창틀이 산산이 부서지며 5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부진 사장이 택시 기사의 딱한사정을 배려해 배상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당시 기사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로비쪽으로 접근하던 중 차의 속도가 갑자기 높아졌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밝혀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운전자의 나이다. 그는 82세로 고령운전자로 접어드는 65세를 훌쩍넘겼다.

최근 서울 시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이 빈발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관할 부처는 관련 제도 마련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면서 고령자의 비율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자 운전면허 소지자도 2001년 36만2000여명에서 2011년에는 145만1000명, 2012년 165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0년 1만2623건, 2011년 1만3596건, 2012년 1만5190건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사망자ㆍ부상자도 2010년 547ㆍ1만8660명, 2011년 605ㆍ1만9814명, 2012년 718ㆍ2만2043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령운전자는 2011년 31명에서 2012년 43명, 2013년 51명이다. 서울 시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1년 430명, 2012년 419명, 2013년 371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상과 대조된다.

특히 택시와 버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30%를 차지해 사업용차량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택시운전자의 경우 37.8%가 60대 이상이고 6.4%가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는 1만6829명 가운데 695명이, 마을버스 운전자는 3243명 가운데 397명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다. 

대부분의 버스 회사에서는 운전자를 채용할 경우 60세 전후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존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자가 정년을 넘길 경우 노사와 회사간의 합의를 통해 계약직이나 시간제 기사로 채용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법인택시를 제외하고 연령제한이 없는 개인택시와 모범택시에 고령운전자가 집중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업용차량 고령운전자 중 개인택시가 57.7%로 가장 많으며 80대 사업용차량 고령운전자도 122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대책으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면허 갱신 기간을 차등화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제도의 개선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른 나라처럼 고령화 정도에 따라 운전 능력을 고려해 면허 갱신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은 갱신기간이 5년으로 똑같다. 

이용재 중앙대학교 교수는 "운전정밀적성검사를 개선하고 야간운전금지 등의 제한된 면허를 발급하는 등 운전결격자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면허 제도는 사업용차량 고령운전자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운전정밀검사는 버스·택시 면허를 취득할 때 받으면 그만이다. 추가 검사는 사고가 났을 때로 한정된다.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다.   

관련 교육도 충분하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8월부터 고령운전자를 상대로 한달에 한번 3시간 교육을 실시, 이 교육을 수료한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5%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경우 여러가지 기능 약화가 나타난다. 시각·청각·지각능력·신체 반응 등이 젊은 운전자에 비해 늦다는 연구결과가 주류를 차지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 우리나라 운전정밀검사는 운전결격자로 분류되는 사례가 없다. 적성검사를 연령대별로 세분화하고, 추가검사 항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도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인 차별이란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는 65세 이상 택시기사들에 대한 운전정밀검사를 강화해 그 결과가 기준에 미치지 못 하면 택시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4년째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2012년 국회에 택시 기사 자격 요건을 70세 이하로 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