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한국 반도체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쾌속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판매액(IHS 조사)은 지난해 515억1600만달러로 세계 점유율 16.2%를 차지하며 국내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된 1980년대 이후 30여년만에 일본을 제쳤다. 잘나가면 불안해지기 마련이지만 반도체는 올 들어서도 1월과 2월 모두 14%대의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며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공정 기술의 신기원을 계속해서 이루며 후발기업들의 추격을 맥 빠지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며 판을 바꾼 이후 SK하이닉스도 연내 3D 낸드 양산 태세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2015년 이후 도시바와 샌디스크, 마이크론 역시 3D 낸드 양산에 진입할 전망이지만 한국과의 격차는 1년 이상 벌어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며 독자기술을 개발해 10나노급 D램 양산 가능성도 높였다. SK하이닉스도 연내 2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엘피다 파산 후 과점형으로 변한 D램의 주도권을 한국이 계속 가져갈 공산이 크다. 실제 SK하이닉스의 20나노대 공정 비중은 올해 8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은 아직 30나노대 공정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메모리 솔루션사업 강화를 위한 '솔루션 개발실'과 시스템온칩 분야 ‘모뎀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계속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시안 공장을 가동해 낸드플래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회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방면의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 전문가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을 영입하고, 자회사인 실리콘화일을 완전 자회사로 인수해 CMOS이미지센서를 내재화한 것이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다 우선적으로는 수익성 확충을 위해 모바일 비중을 40% 수준까지 늘려 나갈 방침이다.
한편, 아베노믹스의 엔저정책에도 일본 반도체 산업은 PC향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장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뒷걸음질 쳤다.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도 끝내 파산한 엘피다 외에도 지난해 도시바와 소니를 제외한 기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TV 등 가전용 시스템 LSI에 매달리다가 스마트용으로 전환하지 못해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엔저정책이 장기화되며 지난해 어느 정도 수익을 챙긴 일본 전자기업 등이 본격적으로 엔저효과를 수출 가격경쟁력으로 돌리면 일본 반도체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엔저가 지속될수록 환율 변화를 기업 단가전략에 반영하는 일본 기업의 비중이 높아져 한국 수출에 미칠 엔저 영향도 커질 가능성이 대두된다”며 “올해 중 그 효과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