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품에 안은 이상화 선수가 한 말이다. 한계를 정하고 그것을 깨려고 애쓰기보다 자신도 모르는 한계가 어디인지 시험해 보자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미리 한계를 정하는 것이 아닌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마인드가 깔린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D램 반도체가 미세화 공정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우려할 때 “10나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던 삼성전자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러한 자신감 덕분인지 삼성전자는 이미 D램 공정에서 또 다른 한계 돌파를 위한 새 길을 열었다.
3차원 공법으로 공정 한계의 해법을 찾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달리 D램은 셀 구조가 복잡해 3D 공정 적용이 어렵다. 결국 미세화 한계에 부딪혔는데,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면서 10나노급 D램 양산 가능성까지 열었다.
20나노 D램은 30나노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높고 25나노보다 소비전력을 25% 절감할 수 있어 PC와 모바일 시장에 저전력 솔루션을 제공하며 빠르게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연내 2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엘피다 매각 후 과점형으로 변한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계속 주도권을 가져갈 공산이 커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또한 올해 20나노대 공정비중이 89%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엘피다를 인수해 국내 기업들을 위협했던 마이크론은 아직 30나노대 공정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해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PC 수요가 주춤하면서 위축됐던 D램 시장은 스마트폰, 태블릿의 성장으로 지난해 3년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수요 중심축이 이동한 D램 시장에서도 선두자리를 꿰찬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D램 시장 매출액은 350억 1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7.2% 늘어난 126억 7800만 달러로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무려 44.6% 증가한 93억 7800만 달러로,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의 추격(75억 2300만달러)에도 상당한 격차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