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60년 제일모직 합병… '분리막ㆍ실적ㆍ연금' 때문?

2014-03-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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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SDI의 갑작스러운 제일모직 합병소식이 발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는 부품‧소재 시너지를 합병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으나, 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이 60년 만에 사라지게 된 데는 단순한 사업성 외의 복합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 "분리막 개발 가속도"
 
우선 양사가 앞세운 사업적인 시너지는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합병안 공시 이후 증권시장에서는 초반 양사 모두 주가가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합병에 대한 이유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소액주주 비율이 72.46%에 달하는 만큼 합병이 합리적인 이유를 갖지 못하면 소액주주의 반대로 합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양사가 갑작스러운 합병안을 발표한 데는 소액주주를 설득할 만한 합병효과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양사는 자동차 소재 및 디스플레이 사업의 연관성이 높다. 특히 삼성SDI가 주력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제일모직이 그 핵심 소재인 분리막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제일모직 관계자는 “그동안 분리막 연구개발을 해왔는데 조만간 그 성과가 구체화될 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배터리 소재 외에도 자동차 경량화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까지 담당하고 있어,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소재 분야에서 삼성SDI가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합병 완료 후 삼성SDI는 자산 15조 원, 연매출 10조 원, 시가총액 10조 원의 거대 회사가 돼 경쟁사를 압도하고 글로벌 영업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사업 안정성이나 자금조달력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 패션 떼고도 실적 부진해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사업 독자노선의 불확실성이 커진 부분도 합병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일모직은 지난 1954년 직물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12월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하면서 이미 모태 사업을 정리했다. 그 가운데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온 전자재료 사업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때문에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 부담스러운? 국민연금공단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인해 주목되는 변동사항은 국민연금공단의 이동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 11%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나, 합병 이후에는 삼성SDI의 최대주주 삼성전자에 밀려 2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다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번 합병안에 지분 정지작업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졌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정된 후에 재무적 판단을 거쳐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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