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기업도산과 금융불안, 먹구름 낀 중국경제

2014-03-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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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7일 중국 금융시장과 경제계를 뒤흔드는 뉴스가 터져나왔다.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디폴트가 발생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업이 힘들어지면 정부가 나서서 자금지원에 나서거나 다른 기업들과 합병하게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회사채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차오르(超日) 태양에너지 과학기술유한공사’는 2012년 발행한 10억위안(약 1738억원)의 회사채 이자 8980만위안(약 156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뒤이어 12일 태양광 패널업체 ‘바오딩티앤웨이터볜(保定天威特變)전기’가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상하이거래소에서 채권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두 곳의 거대기업이 쓰러지자 중국내에 경제 경착륙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전인대가 폐막한 13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총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금융상품에 디폴트가 발생해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디폴트를 방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어 대형 부동산 개발사 저장싱룬(浙江興潤)도 현재 35억위안(약 6000억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산시(山西)성 윈청(運城)시 원시(聞喜)현의 하이신(海鑫)강철도 이달 만기도래한 은행차입금 30억위안을 상환하지 못해, 현재 지방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이 빚과 이자를 갚지 못하고 하나둘 쓰러지자 금융권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장쑤(江蘇)성 서양(射陽)농촌상업은행은 이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또한 장쑤성 옌청(鹽城)시 한 지점에는 예금주 약 1000여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예금을 인출해갔다. 

리커창 총리가 말한 '불가피한 디폴트'는 앞으로도 더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현재 총 1조달러(약 1077조원)에 이른다. 이 중 15.8%인 1580억달러(약 170조원)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해지고 정부 지원도 줄면서 일부 기업들은 채무를 갚지 못할 위험에 놓였다.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온 반도체, 소프트웨어, 원자재 업종이 디폴트 1순위 기업들이다. 해운, 금속, 광업 업종도 디폴트 위기 최전방에 놓여있다.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지표

기업과 금융분야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자, 소비, 수출은 물론, 공업부가가치증가율, 전기사용량, 신규대출 등 경제성장 관련 핵심지표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7.9%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2002년 이후 최저치였다. 소비품소매액 증가율은 11.8%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2월 한 달간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0.4% 감소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부진과 동반해 물가 역시 낮은 수준을 보였다. 2월 한 달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2.0%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1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른바 '커창지수'로 불리는 실물경제지표 역시 얼어붙고 있다. 공업부가가치 증가율은 8.6%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또한 전기사용량은 전년동기대비 4.5% 증가(2010년 이후 최저치)에 그쳤고, 2월 신규 대출금액은 6445억 위안으로 1월의 1조3200억위안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했다. 

HSBC가 집계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도 48.1이었다. 이 지수는 전월의 48.5보다 0.4포인트 하락했으며 시장의 전망치 48.7도 밑돌았다. 또 지난해 3월(51.6)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7월 47.7을 기록한 이후 8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또한 3월 생산지수 역시 18개월 이래 최저치인 47.3를, 신규주문 지수는 7개월 맊에 최저치 46.9를 기록해 저조한 중국경제를 반영했다. 

◆속속 낮추는 성장률 전망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날 리커창 총리가 제시한 올해 목표 성장률은 '7.5%'였다. 리 총리가 7.5% 목표를 제시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전망을 낮춰잡고 있다. 발표되는 지표가 낙관적이지 않으며 실물경제에서도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2014년 GDP성장률을 7.6%에서 7.3%로 낮췄다. 성장률전망치를 낮춘 것은 중국의 올해 초 무역·소비 부진이 이유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전망치는 7.3%, 2분기는 7.5%, 3분기는 7.3%, 4분기는 7.2%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7.6%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도 3.0%에서 2.6%로 낮춰잡았다.

이 밖에도 메릴린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7.6%에서 7.2%로, JP모건은 7.4%에서 7.2%로 각각 하향 조절했다. 스위스은행은 중국 2014년 GDP성장률 전망치를 7.8%에서 7.5%로 낮췄다. 왕타오 스위스은행 중국 수석경제학자는 "올 1~2월 중국의 실물경제는 전망치를 밑돌아 시작부터 힘이 빠진데다 수출과 부동산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중국내부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7.5%에 못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왕젠(王建) 거시경제학회 비서장은 지난24일 "올해 경제는 분기별 GDP 증가율이 계속 하락해 7%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7%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양책 꺼내드나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퍼지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져 성장 동력을 상실하기 전에 중국 정부가 시중에 정책자금을 푸는 조치를 하거나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써오던 방식의 부양책을 다시 내놓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관칭여우(管淸友) 민생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안정성장과 민생지원을 위한 조치에 나서는 것을 부양책으로 볼 수 없다"며 "시장에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구조전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부양책이 아니라 세부적인 개혁을 가속하는 일"이라며 "특히 국유기업·금융 개혁과 3차산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훙빈(屈宏斌) HSBC 중화권수석경제분석가도 "현재 통화 팽창 압력이 줄어든 것은 성장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한다"며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은 지속적인 정부기능 간소화와 권한 이양, 민간 자본의 투자 문턱 낮추기, 도시화와 관련된 철도나 지하철 건설, 판잣집 개조 등 기반투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 지원 등으로 시중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왕젠 비서장은 "중국에는 이런 위기들을 해결할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도시화 건설 투자에 역점을 두면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비서장은 하지만 도시화 투자를 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2008년 11월에 내놨던 '4조 위안 부양책'처럼 무차별적 대규모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반면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해 7.2%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쓰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불경기가 계절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수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올해 중국 경제의 관건은 외부 수요가 강하게 일지와 부진한 중국 내 수요를 얼마나 진작시킬 수 있을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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