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디지털 격차 크지만 소비성향은 비슷”

2014-03-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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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디지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비교 연구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세대 간의 디지털 격차가 크지만 소비성향은 비슷하게 나타나는 등 압축성장한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이 선진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복잡성을 고려한 세대인지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KISDI 정책연구 ‘디지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비교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정보사회의 도래가 촉발시킨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서로 다른 문화적 코드의 문제, 또 최근 저성장 및 사회 불평등 심화로 인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세대 간 사다리 걷어차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다뤘다.

세대는 1993∼1998년 출생한 디지털2.0세대, 베이비붐세대의 자녀로 1979∼1992년 출생한 디지털에코세대(디지털1.0세대), 1964∼1978년에 출생한 민주화탈냉전세대, 1955∼19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붐세대 등으로 구분한 뒤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베이비붐세대는 디지털에코세대와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이용은 물론 사회관, 가치관, 가족에 대한 태도, 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디지털 환경 수용에 있어서는 단순 사용시간이나 와이파이·클라우드 이용 등 신기술 이용 그 자체보다도 태도 면에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인터넷 사용행태와 밀접하게 연관된 변수들을 이용해 조작화한 인터넷 이용 클러스터 변수인 제한적 이용자, 선택적 이용자, 포괄적 이용자라는 범주에 따라 구분해 보면 베이비붐세대에는 제한적 이용자가 46.7%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을 활발하고 다양하게 이용하는 포괄적 이용자는 14.1%로 나타나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활발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대는 디지털에코세대로 28.8%였고 디지털2.0세대의 26.1%보다 약간 더 높은 비중의 이용자가 인터넷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쓰고 있었다.

이는 디지털2.0세대의 대부분이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갖는 절대적 시간 제약, 그리고 상대적으로 협소한 관심 폭 때문으로 해석된다.

성별과 혼인상태, 학력, 소득 교육수준 등 다른 인구사회학적 조건을 통제했을 때 베이비붐세대에 비해 디지털에코세대는 제한적 이용자가 되기보다는 선택적 사용자가 될 확률이 약 7.6배 높았고 포괄적 이용자가 될 확률은 10.7배 가까이 높았다.

베이비붐세대에 비해 디지털에코세대는 각각 선택적, 포괄적 사용자가 될 확률이 2.9배, 5.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민주화탈냉전세대는 1.46배, 1.47배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어린 세대일수록 좀 더 능동적인 인터넷 이용자일 확률이 높고, 인터넷 이용행태만 놓고 봤을 때 민주화탈냉전세대는 디지털세대보다는 베이비붐세대에 더 가까웠다.

인터넷에 대한 세대별 태도에서도 차이는 드러났다.

인터넷 검색결과에 대해 베이비붐세대는 26.7%만이 불신한다고 답하고 있지만 디지털에코세대는 44.9%가 불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보안에 대해서는 포괄적 이용자가 가장 많은 디지털에코세대가 더 높은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인터넷을 불신할 것이라는 상식과는 배치되는 현상으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할수록 인터넷의 위험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올라가는 모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각 세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분석한 결과 20대의 경우 이기적 성향과 높은 자아감, 30대는 진보적 성향과 높은 문화·교양수준, 40대는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 50대는 발전ㆍ근면ㆍ대의ㆍ희생, 60대는 보수 성향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연령대는 자신이 속한 세대를 가장 불운한 세대로 지목하고 있었다.

베이비붐세대는 한국사회에서 이웃 간 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세대 간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디지털2.0세대, 디지털에코세대, 민주화탈냉전세대들은 세대 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2.0세대에 비해 디지털에코세대와 민주화탈냉전세대는 상대적으로 한국사회가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한다는 현재지향적 소비성향이 가장 강한 세대는 역시 가장 젊은 디지털2.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사회경제적 변수 및 인터넷 이용방식 변수를 통제한 후에는 세대 간 차이가 사라졌다.

이러한 결과는 소비에 있어서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징이 단순한 연령효과에서가 아니라 인터넷 이용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갈등은 허위적이라거나 계층갈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차적이라는 주장도 위험하지만 모든 것을 세대차이로 환원하려는 관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 비교로는 우리나라는 불과 두 세대 안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숨 가쁘게 변화해 세대 갈등의 양상이 다른 인접국가나 여타 선진국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사회는 경제의 세계화나 정보화가 주는 충격을 가장 먼저 받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고 전근대사회의 기억을 가진 산업화세대, 민주화세대들과 디지털 사회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동시에 품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 전체 세대의 기회의 형평성 및 복지 문제와 결합되면서 앞으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세대문제 해결과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세대문제가 지닌 근원적 복잡성과 다차원성을 함께 고려한 세대인지적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호영 KISDI 미래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세대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과 관련, 제도적 차원에서 세대 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을 직접적으로 수립,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부처의 정책들이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부처 간 연계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세대 간 이해와 호혜성 증대를 위한 정부-시민사회 협력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KISDI가 2013년부터 수행하는 R&D과제 ‘ICT 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의 일부로, ‘디지털 세대 연구’는 중장기 연구과제로 선정돼 올해 두 번째 조사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사회조사는 스마트·소셜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애 경험과 역사적 기억을 지닌 디지털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가치관, 생활양식, 사회자본, 문화자본 등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실시했다.

실사기간은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0월 18일까지 9일간으로 전체 데이터는 전국의 만 15∼59세 인터넷 이용자를 모집단으로 하는 첫 번째 표본 1000개와 베이비붐 세대와 자녀 세대(디지털에코세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두 번째 표본 1000개, 총 2000개의 세트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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