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마음 속 경계측량을 하는 사람들

2014-03-26 08:00
  • 글자크기 설정
전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원주민들과의 갈등이다. 이러한 이웃들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얘기를 들어보면 딱히 어느 쪽 편을 들기 힘들다. 누구의 문제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고, 이유도 다 있다.

이런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도시문화와 시골문화의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골에서는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도시에서 온 사람은 미심쩍게 생각해 따져보고 앞뒤가 딱 맞아야 직성이 풀린다.

도시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 어느 마을 이장의 얘기다. 그는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어느 때부터 도시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와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원주민들 수와 엇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도시사람들의 다양한 유형을 보게 된다.

그는 우스개로 이웃과 친하기 힘든 두 가지 유형을 꼽는다. 하나가 애완견을 안고 동네를 산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에 바쁜데 애완견 안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면 시골 정서에도 안 맞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기 힘들다.

또 하나의 유형은 자신의 땅을 측량한 후 금을 긋는 사람이다. 도시서 살던 사람이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오면 누구나 자신의 땅 경계측량부터 한다. 당연히 내 땅의 경계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인데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측량한 다음날 울타리를 치는 사람도 있다. 수십 년간 마을 사람이 농사지으러 다니던 길을 자신의 땅이라며 울을 만든다. 도시에서 이사 온 사람의 이런 야박한 짓에 부아가 치밀어 "경운기로 울타리를 확 갈아엎어버리고 싶다"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법에 어긋난 행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상대하지 않는다. 지나다니면서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자연히 그를 경계하게 된다. '왕따'의 시작이다.

“울타리 안친다고 그 땅이 어디 갑니까? 내 땅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기만 하면 되지 당장 필요도 없는 땅에 울타리를 만드는 심보는 뭡니까?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부역해 마을길 만들어서 다니고 있는데…”

도시민이 서둘러 자신의 땅 경계측량을 할 때, 마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측량을 할 수도 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www.oksigol.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