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도시문화와 시골문화의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골에서는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도시에서 온 사람은 미심쩍게 생각해 따져보고 앞뒤가 딱 맞아야 직성이 풀린다.
도시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 어느 마을 이장의 얘기다. 그는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어느 때부터 도시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와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원주민들 수와 엇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도시사람들의 다양한 유형을 보게 된다.
그는 우스개로 이웃과 친하기 힘든 두 가지 유형을 꼽는다. 하나가 애완견을 안고 동네를 산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에 바쁜데 애완견 안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면 시골 정서에도 안 맞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기 힘들다.
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법에 어긋난 행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상대하지 않는다. 지나다니면서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자연히 그를 경계하게 된다. '왕따'의 시작이다.
“울타리 안친다고 그 땅이 어디 갑니까? 내 땅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기만 하면 되지 당장 필요도 없는 땅에 울타리를 만드는 심보는 뭡니까?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부역해 마을길 만들어서 다니고 있는데…”
도시민이 서둘러 자신의 땅 경계측량을 할 때, 마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측량을 할 수도 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www.oksig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