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가 22일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초청 만찬에 참석할 당시 ‘중국 스타일’의 세련된 패션을 선보이며 중국의 외교적 자신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만찬 당시 시 주석이 착용한 의상은 개량 중산복이다. 중산복(中山服)은 과거 쑨원이 즐겨 입어 그의 호 ‘중산’에서 이름을 땄다. 바로 세운 깃, 상의 상·하부 각 2개의 주머니, 5개 단추가 특징이다. 과거 쑨원을 비롯해 장제스(蔣介石), 마오쩌둥(毛澤東) 등 대부분의 지도자는 물론 일반인도 애용했으나 구시대의 낡은 이미지 때문에 현재 거의 모습을 감췄다.
이에 대해 중국 디자이너 덩자오핑(鄧兆萍)은 “전형적인 중국과 서양 문화의 융합”이라고 평가했다.
루페이신 중국 전 외교부 의전사 사장은 “그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공식 석상에서 양복을 즐겨 입었다”며 “이번에 시 주석이 중국 민족적 의상을 선택한 것은 중국의 외교적 자신감의 표현이자 중화민족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이번 네덜란드 국왕 만찬에서 선보인 개량 중산복이 중국의 ‘국복(國服)’, 즉 공식 예복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펑황TV 평론가 리웨이(李煒)는 “서양인들은 중요한 공식 석상에서 양복 중에서도 가장 격식 있는 ‘연미복’을 입지만 중국은 아직 공식적인 예복이 없다”며 이번 시 주석의 개량 중산복이 중국의 공식 예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 내에서는 서양의 연미복에 상응하는 중국식 공식 예복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의 공식 예복 지정 목소리는 지난 2008년 중국 양회에서 처음 제기돼 매년 논의됐다.
한편 시 주석의 개량 중산복에 걸맞게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중국식 전통 요소가 가미된 패션 스타일로 ‘중국식 커플룩’을 선보였다.
이날 네덜란드 국왕 만찬에서 펑 여사가 걸친 검은색 망토 스타일의 외투는 소매와 여밈 부분에 중국적 요소가 농후한 화려한 꽃과 학 무늬를 새겨 넣어 포인트를 주었다. 또한 안에는 중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옥빛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수가 놓인 은빛 클러치 백을 매칭했다.
특히 펑 여사가 걸친 검은색 망토 스타일의 외투는 최근 미셸 오바마 여사와의 만찬 당시 입었던 의상이다. 오바마 여사와의 만찬에서는 안에 검은색 긴 치마를 매칭했었다.
덩자오핑은 펑 여사가 동일한 의상을 다른 스타일로 매칭해 선보인 것은 환경보호와도 관련이 있고, 시 주석이 제창하는 근검절약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