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또 무더기 주총…"주주 배려 아쉬워"

2014-03-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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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ㆍ 박정수 기자 = 국내 증권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한날한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해 주주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업체마다 과중한 결산업무 탓에 주총 일정이 같은 날 몰린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총 일자를 확정한 18개 증권사 가운데 12곳이 오는 14일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이에 비해 21일에는 5곳, 25일은 1곳에 그쳤다.

14일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다수 12월 결산법인 상장사가 선택한 주총일이다. 전일 기준 14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116개에 달한다.

증권사는 작년까지 3월 결산법인으로 매년 6월 주총을 개최했지만 올해 1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 3월 중 주총일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나 결산변경과 상관없이 증권사가 특정일에 동시에 주총을 여는 것은 올해도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2008회계연도에는 23곳이, 2004회계연도에는 17곳이 한날한시에 주총을 열었다.

이는 사실상 주주참여를 막는 것이다. 주총 진행도 사측에 의해 속전속결로 마무리되기 일쑤다.

예를 들어 2010회계연도 당시 주요 증권사가 주총에 쓴 것은 약 40분에 불과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주총이 한날한시에 몰리면 주주나 기관투자가가 주총에서 의사를 밝히기 어렵다"며 "반면 일본 같은 사례를 보면 상당수 투자자가 주총장에서 기업경영에 대한 의견을 적극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지수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는 "최근 주총은 주주와 소통하는 장이기보다는 기업이 법을 지키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형식적인 행사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는 현실적으로 한날한시에 주총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2013년 결산 마감일인 3월 말까지 주총을 마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14일과 21일이 괜찮은 날"이라며 "두 날 모두 금요일인 데 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주총을 열면 주주 역시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날 한꺼번에 주총을 여는 데 대해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안다"며 "하지만 증권사끼리 주총 일정을 맞추기 위해 미리 상의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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