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진희는 이른 아침에도 완벽함을 자랑했다. 샌드위치를 건네는 손에는 매너가 배어 있었고,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는 그의 입술에는 진중함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내 '따말'에 대한 그 어떤 자부심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하 작가님이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더라고요. 그런 스토리가 대사에 오롯이 묻어난 것 같아요. 50부작도 가능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라고 하셨어요.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다음 대본이 기대될 정도였으니까요."
여배우들의 캐스팅이 불발되고 또 번복되는 난항 속에서도 그는 꿋꿋했다. 하명희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말'에 가장 처음으로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의견이라든지 생각은 전하지 않았다. 단지 하명희 작가가 만들어낸 유재학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지진희에게 입히고자 했다. 마치 신인이 된 것처럼 그는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불륜남이요? 저는 유재학의 캐릭터를 굉장히 공감했어요. 유재학은 정말 합리적인 캐릭터예요. 결혼 후에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는데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어요. 가정을 깨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죠. 나은진(한혜진)은 유재학 계획에 없었던 사랑이었을 뿐이에요."
"충분히 공감했어요. 보통의 남자들은 김성수(이상우) 같죠. 쉽게 욱하고요. 그런데 남자들도 여자들처럼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해요. 더군다나 가정이 있다면요. 실제 저도 일적으로, 또 인간관계 면에서 유재학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유재학과 분명 다른 점도 있었다. 실제 결혼 생활에서의 그것이 차이점인데, 어느덧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 지진희는 아내와의 충분한 대화 속에서 갈등의 합의점을 찾고 있었다.
"아내와 밤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요즘 많이 힘들지?'부터 시작해서 감정이 심하게 요동치기도 했죠. 그때 '후련'한 걸 알았어요. 대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이야기하지 않으면 몰라요. 그때 감동을 받아서 지금도 종종 진중한 대화를 나누죠.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진희는 '따말'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했다. 온실 속에 살면서 아무것도 몰랐던 철부지 남자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실제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당분간은 유재학으로 남을 지진희의 다음 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