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논란 임대시장, 물밑 눈치 작전 치열

2014-03-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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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으로 임대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정자역 인근 아파트 전경.


아주경제 이명철·권경렬 기자 =  "아직 직접 세금이 부과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심각하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미 월세 매물을 전세로 바꿔 내놓았고, 이면계약 시도도 있다. 월세 공제를 받지 않도록 조건을 내거는 계약도 적지 않다."(서울 반포동 공인중개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등 규제완화로 지난해부터 거래가 꾸준히 나타나던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과세 논란에 소득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매수자들이 거래를 중단했다."(서울 잠실동 A공인 사장)
임대과세 논란에 임대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벌써부터 과세 회피를 위한 편법 시도도 감지된다.

2년간 과세가 유예되는 소규모 임대인과 달리 바로 과세가 적용되는 임대소득이 높은 다주택자의 경우 집을 내놓거나 전세 전환을 고민 중인 상황이다. 대표 월세상품인 오피스텔의 경우 소득 노출을 꺼리는 임대인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세금 덜 내자" 임대차계약 편법 성행 기미

9일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번 과세 논란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의주시하는 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 백마공인 직원은 "과세 확정은 아니다보니 아직까지 즉각적인 전세 전환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묻는 임대인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임대차계약 시 과세를 피하려는 임대인들과 공제를 받으려는 임차인 간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치동 K공인 직원은 "집주인 중 열에 아홉은 세입자들이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한다"며 "계약서에 따로 쓰지는 않지만 구두로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세입자와 계약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신세계공인 대표도 "월세의 경우 세입자들이 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특약에 조항을 넣어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한 이면계약 등의 편법도 은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서울 도곡동 Y공인 직원은 "전세 시세의 70~80%가량을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 금액은 따로 월세계약을 맺도록 세입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계약 후 월세계약서는 없앤 후 전세로만 확정일자를 받고 월세는 현금으로만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집주인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경우는 월세 공제대상이 아닌 연봉 7000만원 초과 세입자를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세계약이 대부분인 오피스텔의 경우 과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피스텔이 밀집한 서울 역삼동 H공인 직원은 "이 참에 전세로 전환하려는 임대인 문의가 많다"며 "아직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임대인들에게는 아예 임대사업자로 전환해서 취득세 면제혜택을 받으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실제로는 주거용이지만 업무용으로 등록해놓고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아온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구두 또는 문서상 계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확정일자를 통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부 방침과 괴리가 커 앞으로 오피스텔 과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다주택자에 되레 철퇴" 회복세 시장에 찬물 우려

부동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잇단 규제완화를 통해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매매시장이 이번 과세 논란으로 역풍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 월드컵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에 대해 과세가 적용되면 주택을 소유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며 "아직 실제 매물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과세만 확정되면 팔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2주택자 이상 전세까지 과세대상에 포함되면서 고가 전세를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들도 동요하는 양상이다.

강남권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 상승세로 고가 아파트는 보증금 9억~10억원에 나머지 인상분은 월세를 받는 반전세 형태가 늘어났다"며 "집주인 중 의사·변호사가 많은데, 월세 소득이 노출되면 자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실 증가 및 수익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오피스텔 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역삼동 M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오피스텔은 이미 미분양을 처분하기 위해 할인분양을 대거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싼 전세매물이 대거 출시될 것"이라며 "과세를 우려한 임대인들까지 전세로 물량을 내놓으면 공급 초과로 시세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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