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민화작가 서공임 "등골 휘었지만 우리 민화 해외전파 보람"

2014-03-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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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갤러리서 5일부터 '신춘대길'전..결혼축하 행복 의미담은 현대민화 50여점 전시

롯데갤러리에서 5일부터 전시하는 서공임작가가 그림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인생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지금부터 18년전인 1996년 생애 첫 전시회를 연 서공임(54)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당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76)국왕과 소피아(76)왕비가 한국을 방한했을때 인사동에 들렀다. 소피아 왕비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  인사동에는 마침 '가장 한국적인 우리 민화'를 그린 서공임의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소피아 왕비는 작품에 반했다. 왕비는 방한기념으로 호랑이 그림을 구입해 가져갔다.

  흑백사진으로 남은 사진에는 앳된 모습의 서공임 작가앞에 소피아 왕비가 호기심을 보인채 바짝 당겨앉아있다. 그 옆엔 고개를 숙이고 그림을 바라보는 카를로스 국왕도 있다.

 이날 이후 서공임은 일약 '민화작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국문화원장님은 이 사진(스페인왕과 왕비가 있는)을 대형으로 걸고 전시한번 하자고 했는데 아직 성사되진 않았어요.하하"

 4일 만난 작가는 활짝피어난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릴적에 유니세프에서 무료로 나눠준 옥수수빵이 유일한 끼니였어요. 큰 비닐에 담겨 위생도 엉망인 그런 빵이었죠. 그런데 제가 그 유니세프 카드에 작품을 그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전북 김제출신의 가난했던 소녀는 이제 지구촌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유니세프 카드에 작품을 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민화작가라는 브랜드도 구축했다.

""과거와 똑같은, 그런 '전통 민화하는 사람이야'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어요."

작가는 "민화를 그린다고 하면 옛그림을 베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래서 뭔가 새롭고 다른 민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원래의 그림을 재해석해보기도 하고 재료를 바꿔서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고 했다.

 

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50x70cm, 종이에 수간분채,2010


롯데갤러리에서 5일부터 여는 '신춘대길'전에 현대감각으로 살아난 민화 50여점을 전시한다.
  
'민화로 홀리다'를 타이틀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부귀영화와 수복강녕의 의미가 가득하다. 200년전부터 서민들이 그리기 시작한 민화는 우리 주변에 늘 함께한 익숙한 그림이다. 회갑연 돌잔치 결혼식 합격등에 축하와 덕담을 전하는 '상징의 문법'같은 그림이다. 이러다 보니 동양화와 달리 대우를 못받는 설움도 겪었다.  

전통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구김살하나 없다. 판판하게 칠한 배경에 까치와 나비 고양이 살구나무 석류나무가 비단에 수놓듯이 그려져있다. 단순미가 돋보여 그래픽같은 느낌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 아파트에는 기존의 민화보다 색깔이 있고 단순한 민화가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삶은 양면이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쾌락은 언제나 함께한다. 국내 대표 '현대 민화작가' 로 등극한 작가에겐 류머티즘등 관절염이 따라붙었다.  그는 "민화작업은 등골이 휘고 몸 망가지는 일"이라고 했다.

19세때 민화에 반해 바닥청소도 하면서 도제식으로 민화를 배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루 10~16시간을 꼬박 그림만 그렸다. 집, 화실, 화실, 집만을 왔다갔다하며 몰두했다. ​

 "민화는 수백 개의 점을 찍어야 하고 수만 개의 선을 그려야 하는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인내를 요하는 민화가 내성적이었던 저와 잘 맞았죠. 제가 무식하리만치 인내심이 많거든요."

민화의 특성상 그리는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물감을 사서 바로 쓸 수 있는 서양화와 달리 민화는 색 가루를 직접 빻고 체로 걸러내고 아교와 섞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루 종일 물감만 개는 날도 있고, 석회반죽을 개다가 열 때문에 손이 데인 적도 있었다. 

  성냥꼴처럼 손가락이 너무 가늘다고 하자 "엄마가 늘 두 손을 잡고 비비며 아이고, 이 손으로 네가 벌어먹고 사느라 고생이 많다"고 한다며 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민화는 천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민화작가로 30년째, "우리나라에서 전시보다 해외에서 더 감동을 받는다"는 작가는 폴란드 중국 프랑스 아르헨티나등에 한국의 현대 민화를 소개하며 한류에도 기여하고 있다. 10년 넘게 함께 작업한 디자이넌 장광효의 의상에 작가가 꽃 그림을 그렸고,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휘호여사와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여사 해외순방 한복에도 꽃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외국에 나가 전시를 할 때 한국의 정서에 감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위치가 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역시 민화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축! 합격’(행림춘연) ‘복을 빌어드립니다’(정오모란) ‘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죽매쌍희)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셔요’(수거모질) 등 한글로 재미있게 풀이한 '서공임의 민화'는 5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을지로 롯데갤러리에서 볼수 있다. 민화로 제작한 스카프등 아트상품도 선보인다. 롯데갤러리 에비뉴엘에서도 로비부터 4층까지 복도에 그림이 걸렸다. 4월 21일까지 작품을 볼수 있다.(02)726-4456.

 

어머니,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해요, 50x70cm,종이에 수간분채,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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