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열 한국은행 차기 총재 지명자가 3일 소공동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 남궁진웅 기자]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한은 총재로 이주열 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내정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 총재 지명자는 1952년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원주 대성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원 경제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 이주열은 누구…자타공인 '통화정책 전문가'
35년간 한은에서 재직한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 지명자는 온화하지만 합리적인 업무스타일로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높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이름난 인물이다.
지난 2007년 통화신용정책담당 부총재보를 맡으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전면 개편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날 이 총재 지명자는 소공동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요한 시기에 한은 총재의 중책을 맡게 되서 개인적으로야 더할나위 없는 영광이지만 그에 앞서서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한은에 요구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 나가겠다"면서 "한은 총재가 이번부터 청문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계획이나 포부는 청문 과정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이 총재 지명자는 역대 한은 총재 내정자로선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청문회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문회를 통과하고 4월 1일 공식 취임하게 되면 이 총재 지명자는 2018년 3월까지 4년간 한은을 이끌게 된다.
◆ 한은 직원들 "환영",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ㆍ불통 등 수행과제 산적
한은 직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은 출신인사로서 조직의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원만하게 조직을 운영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간 김중수 한은 총재가 잇따라 파격인사를 단행하고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한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총재 지명자 역시 한은을 떠날 때 김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시장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당시 퇴임사를 통해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작심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차기 한은 총재로서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녹록지않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글로벌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요동치는 신흥국 금융시장과 일본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 등 대외 경제와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국내 경제를 감안하면, 통화정책 운용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금통위원 시절 매파 성향을 보였다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 이 총재 지명자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서 기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며 "두고보라"는 말로 일갈했다.
'절간'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폐쇄적이라는 비판과 시장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바꿔나가야 할 점이다.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간 한은은 '불통'이었다는 얘기가 시장에서는 지배적이다.
김석진 한국금융학회 회장(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은 차기 한은 총재가 수행해야 할 과제에 대해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세계적 조명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안정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 시대에서 한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만 거시안정은 한은이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독립성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역할 정립,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국제적인 공조체제 구축 등을 원활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