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무기 판매 非미·유럽 비중 사상 최대, “통제 안되네”(종합)

2014-02-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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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 보고서, 13.5%, “러시아 업체 약진”, 중국도 주목

“한국 4개사 포함, 전년比 4.2% 증가, 일본도 14% 늘어”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00대 전 세계 방산업체의 무기 판매액이 2년 연속 하락했지만 비미국·유럽 소재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무기 수출의 통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서방 선진국 정부가 나서 내전과 국지전 수행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제3 국가들은 이러한 관리권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2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를 통해 2012년 100대 방산업체의 무기 판매액은 3950억달러로 집계 됐다고 밝혔다. 2011년 대비 4.2% 감소한 결과이자 2011년 6.6% 감소해 이어 2년 연속 판매액이 줄었다. 보고서는 100대기업의 판매액이 줄긴 했지만 2012년 집계액은 2003년에 비해 29% 증가했다.

상위 10대 기업으로는 1위는 록히드 마틴, 2위는 보잉, 3위는 BAE시스템, 4위는 레이시온, 5위는 제네럴 다이나믹스, 6위는 노드롭 그루먼, 7위는 EADS, 8위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9위는 핀메카니카, 10위는 L-3 커뮤니케이션즈로 BAE시스템즈(영국)와 핀메카니카(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전부 미국 기업이다. 10대 기업중 2011년 대비 판매액이 늘어난 기업은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뿐이었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무기 판매액은 줄었으나 매출 감소가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국가 업체들의 정부의 방위비 삭감과 미둔의 이라크 철수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반면 비 미국·유럽 국가 소제 기업들의 판매는 크게 늘어났다.

◆러시아 기업 수출은 28% 급증
북미지역과 서유럽 이외의 지역 기업의 판매비중은 2005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13.5%에 달했으며, 이는 가용 데이터의 부족으로 100대 기업 순위에서 중국기업들이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러시아 기업들은 2012년 무기판매량에 있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00대 기업에는 6개 러시아 기업이 올랐는데, 이들 기업의 수출은 전년대비 28%나 급증했다.

44억4000만달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러시아통합항공사(UAC, 18위)를 제외하면 전 기업이 20%를 초과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Almaz-Antei는 38억6000만달러에서 55억1000만달러로 41%나 증가하며 22위에서 14위로 뛰어 올라 보고서가 2002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러시아 기업으로 기록됐다.

러시아 방산업체들은 높은 수준의 무기 판매를 지속하고 있으나 2012년 판매량은 주로 러시아 정부의 7000억달러 규모의 2011-20 국가 군비계획에 따른 국내 판매 증가분이 반영됐다. 계획이 충분히 성취될지 여부에 대해 광범위한 회의론이 남아 있지만, 러시아 군비 조달에서 매출 증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SIPRI는 “러시아 방위산업은 소련 시절 산업의 폐허로부터 부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방위산업은 여전히 구식장비와 비효율적 조직, 그리고 광범위한 부패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서방과 과학기술로 경쟁하려는 러시아의 능력을 제한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국·유럽 소재 기업 방위비 삭감·이라크 철수 악영향
미국에 기반의 42개 기업과 서유럽 기반의 기업들이 100대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와 28%다. 이들 기업들이 전체 방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하지만 이들 전통적인 공급 기업들의 판매량 감소는 군비 지출 감소에 따른 여파로 2011년부터 두드러졌다. 특히 2011년말 미군의 이라크 철군은 상당수의 기업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상위 100대 기업에서 가장 많은 하락률을 기록한 기업은 미국의 KBR로 2011년 21억8000만달러에서 2012년 8억8000만달러로 59.6% 급감하며 47위에서 82위로 내려 앉았다. 이 회사는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병참업무를 지원했다.

나비스타(2011년 51위에서 2012년 71위)와 AM제네럴(68위에서 98위) 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에 장갑차량을 공급했던 업체들의 매출 또한 줄었다.

SIPRI측은 “미국의 방위산업은 미국이 두 개의 전쟁에 휩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통제법 이전 최고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에 비해 상당히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역사적 기준보다 훨씬 높은 매출과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SIPRI측은 전했다.

이밖에, 올해 보고서에는 우크라이나 업체의 데이터가 처음 포함됐다. 많은 우크라이나 방산기업이 하나의 지주회사인 우크로보론프롬으로 통합됐다. 이 회사는 2012년 전년 대비 14% 증가한 14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2011년 63위에서 2012년 58위로 올랐다.

또한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인 엠브라에르는 2010년 첫 100위권에 올라선 뒤 2012년 전년 대비 판매가 36%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업체로 기록됐다. 10억6000만달러로 83위에서 66위로 뛰어 올랐다.

◆한·중·일 업체 판매 증가도 주목
한편 SIPRI의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방산업체의 무기 판매 증가에 따른 순위 상승도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한국의 경우 삼성(삼성테크윈, 65위)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67위), LIG넥스원(84위), 한화(100위) 등 4개사가 100위권에 포함됐다.

삼성의 2012년 무기 판매액은 10억9000만달러로 전년(18억6000만달러)에 비해 41.4%나 감소하면서 순위도 54위에서 65위로 내려앉았지만 한국 업체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KAI는 항공기 판매 증가 덕분에 2012년 판매액이 10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의 8억9000만달러보다 19.1% 증가했다. 순위도 79위에서 67위로 12계단 상승했다.

LIG넥스원은 2011년 8억2000만달러에서 2012년 8억7000만달러로 6.1% 증가하며 91위에서 84위로 올라섰으며, 100위권에 진입한 한화의 무기 판매액은 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100위권에 포함된 한국 기업의 무기 판매는 2012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지며 전년 대비 4.2% 증가를 기록했다”며, “100위권에 속하는 한국 기업의 매출 총액은 지난 2002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도 미쓰비시중공업이 29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NEC(45위), 가와사키중공업(51위), 미쓰비시전기(54위), DNN(55위), IHI그룹(76위) 등 6개사가 올랐으며, 새로 명단에 포함된 DNN과 IHI그룹을 제외한 4개사 모두 전년대비 순위가 상승했다. 이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판매액은 약 14% 증가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 나타냈다.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100대 기업의 순위에서 제외됐지만 SIPRI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의 국영 주요 대기업 10개사의 총 매출액 1조6080억위안(미화 약 2680억달러)였으며, 이 매출액에는 상업제품과 방산제품 매출액이 혼합돼 있다. 보고서는 10개사의 총 매출에서 방산제품 판매 비중은 2006년 기준 24%, 2007년 28%로 추산했다. 이러한 추정을 통해 중국의 10대 국영 대기업중 적어도 9개사가 100위권 안 진입이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은 상위 10위권 안의 진입이 확실하며, 4~6 개사가 상위 20위권에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2000년에서 2012년 기간 동안 4배 이상 증액됐으며, 특히 방산산업은 국가의 주요 사업으로 육성되고 있다”며, “이러한 결과로 2000년 후반 이후부터 무기수입을 줄이고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수출도 1990년대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해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 방산 수출국으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2013년에는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북·동남아시아에서 영유권 갈등이 더욱 치열해졌으며, 이에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국가도 군비 확장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방산업체들의 무기 판매도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방산업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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