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지구가 우주의 조화 속에서 생성될 때 지각변동을 통해 산맥이 형성되고, 산맥이 용(龍)처럼 이어져 마지막에 이르러 모든 기운을 한곳에 쏟아놓은 자리가 혈장, 바로 명당이다."
풍수지리와 건설. '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생소한 결합이다. 이 두가지를 접목한 사람이 있다. 문영종합개발의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임택규 이사(사진)다.
임 이사가 풍수지리를 처음 만난 것은 스무살 때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 오대산에 들어갔다.
"심마니들을 따라다니면서 약초를 캐고 다녔다. 어느날 산에 누워 있다가 퍼뜩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이 서서 세상을 볼 때와 앉아서 볼 때, 누워서 볼 때가 다 다르다. 땅만 보는 게 풍수지리가 아니고 나무, 풀, 돌, 흙 등 땅에 발붙이고 있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 풍수지리다. 풍수에서 말하는 개안(開眼)을 한 것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조화를 이루는 존재다."
1년 만에 하산한 임 이사는 대학에 들어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첫 직장은 한일건설이었다. 풍수지리에 개안을 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택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됐다. 갓 들어간 신입사원이었지만 우연히 개발사업부에 들어갔고, 신참의 '운'을 믿어보자는 선배들 때문에 분당신도시의 택지 추첨에 나섰고 좋은 입지를 뽑아 회사에 큰 이익을 남겼다. 이후로도 수많은 택지들을 뽑으며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IMF 구제금융 당시에도 회사에서 살아남았던 임 이사는 잠시 외도를 했다. IT·통신 붐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그 가능성을 보고 통신주에 투자했던 것이 큰 돈이 됐다. 한때 시가총액으로 30억원에 이르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되니 도저히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회사를 관두고 서울엔젤클럽 등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벤처에 대거 투자를 했다. 결국 번 돈 대부분을 잃었다."
임 이사의 외도는 한번이 아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도 3년을 꼬박 쉰 적이 있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묏자리와 집터를 무료로 봐주고 다녔다. 그때 풍수지리의 실전경험을 제대로 쌓은 것이다. 그는 "무료로 풍수지리를 봐주고 다녔지만 사실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많은 경험과 안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 이사가 회사로 복귀한 시점부터 문영종합개발은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서울 구로동 신도림역 인근에 '비즈트위트 레인보우' 531가구를 분양했다. 여세를 몰아 4차까지 구로동에만 총 1322가구를 분양했고 금천구 가산동에도 539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을 분양했다.
그의 풍수리지는 생활에도 접목된다. 큰딸의 대학진학을 위해 2년새 한 라인에서만 고시 합격자가 3명이나 나온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임 이사는 "이 아파트에 명당이라 말하는 혈자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 기운 덕분인지 큰딸은 명문사립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고 현재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 유학까지 갔다. 3년 동안 컴퓨터게임에 빠졌던 둘째아들 역시 발명 쪽에 특기를 보여 전국대회 대상까지 받고 올해 명문대에 수시합격했다.
한번은 모 대기업 회장이 임 이사에게 선친의 묏자리를 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자리는 최고의 명당이었으나 혈장을 감싸고 있는 안산에서 채석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기업은 최근 크고 작은 사고로 바람잘 날이 없다고 한다.
임 이사는 "명당이라고 아무 때나 그곳에서 산다고 명당이 아니다"라며 "때가 맞지 않으면 명당이 오히려 흉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명당에도 주인이 있다"며 "음택(묏자리)을 명당에 쓰면 양택(주거지)도 자연히 명당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그는 '백달'이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한다. 지난해 초부터 회사일에 전념키로 하고 운영을 잠시 멈췄지만 한때 하루 5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전국 각지의 음택·양택 명당과 혈장 사진과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다. 임 이사는 향후 이를 묶어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임 이사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라며 "좋은 땅의 기운을 받고 살면 인생에도 좋은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