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세일이 제품 원가만 상승시킨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이들은 '원가 부풀리기'가 불가능한 구조라 세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365일 세일전쟁…해마다 10~100% 세일 수 늘어
16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미샤ㆍ더페이스샵ㆍ에뛰드ㆍ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숍의 세일일수는 2010년 54일에서 2011년 107일, 지난해 300여일로 매년 100% 이상 증가하고 있다. 1년 가운데 2개월 가량을 제외하고는 상시 세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할인폭도 해마다 늘어 10% 수준에서 최근에는 50~70%로 커졌다.
지난해 가장 세일수가 많았던 브랜드는 더페이스샵으로, 이 브랜드는 총 126일의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전년도 세일 기간인 46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샤도 67일에서 지난해 74일로 7일 늘었고, 에뛰드하우스도 28일에서 56일로 두 배 증가했다. 이니스프리와 네이처리퍼블릭도 작년 각 33일, 80일 간의 세일을 진행했다. 다수의 브랜드가 전년보다 세일기간을 10~300% 늘렸다.
상위권 업체의 세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후순위 브랜드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상위 5개 업체가 경쟁적으로 세일을 하는데 두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냐"며 "브랜드 충성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밀리면 브랜드를 접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세일경쟁으로 업계 전체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들이 할인 및 출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외형은 성장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응이 미흡한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가 상승부추기는 세일?
'반값화장품' 경쟁으로 브랜드숍 화장품에 대한 가격 불신도 거세다.
A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할인폭도 커지고, 세일이 잦아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도대체 정가가 얼마냐'고 묻는다"며 "'원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뒤 세일하는 시늉만 내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은 브랜드숍 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여태껏 성장했는데 어떤 업체가 세일가격을 미리 반영해 원가를 부풀릴 수 있겠느냐"며 "제품 원자재 값이 판매가의 30~35% 수준(마케팅, 물류비 등 제외)인데 여기서 50% 할인하면 남는 게 없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를 죽이지 않기 위해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세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퍼주기 식의 할인경쟁이 계속되겠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견디는 브랜드가 결국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