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한 PD는 현재 CJ E&M에서 제작기획총괄 국장직을 맡아 프로그램들을 총괄 지휘한다. 이우정 작가는 신원호 PD와 '응답' 시리즈를 성공시켰고, 나영석 PD와 손잡고 '꽃보다 할배' 홈런을 쳤다. 그리고 곧 두 번째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꽃보다 누나'는 나영석 PD가 '1박2일'을 연출할 때부터 기획된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2탄이다. '꽃보다 할배' 후속작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순재를 주축으로 한 '꽃보다 할배'가 유럽 편, 대만 편으로 나뉘듯 윤여정을 중심으로 한 '꽃보다 누나'도 크로아티아 편 이후 다른 국가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스타들이 출연하는 3탄 제작의 여지도 충분히 있다.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난 나영석 PD는 "스타들이 원할 때, 또 우리가 제작 가능할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할배만 출연시키면서 인기가 떨어지면 폐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여행 후 본업의 자리로 돌아가고 또 시간이 되면 여행을 떠나는 시스템이다. 애초부터 간헐적으로 제작할 생각이었다. 누나 시리즈도 시청자들의 반응과 스타들의 스케줄에 따라 두번째, 세번째 시리즈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혔다.
'여의도 연구소'의 대표 PD 나영석. 연구소의 실체는 없다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는 존재한다. 손을 대는 작품마다 '성공'한 그가 직접 밝힌 '꽃보다 누나'의 키워드를 살펴보자.
첫 번째. 성장.
나영석 PD는 윤여정, 김자옥, 이미연, 김희애를 캐스팅한 이유로 순수함을 들었다. 빠르면 중학생, 조금 늦으면 고등학생 때 데뷔 해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백의 여배우들이 외딴 장소에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자 한 것.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재미를 포인트로 집고자 했다.
나 PD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관리나 제지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울타리 밖에서 직접 부딪히는 여행담을 그리고 싶어서 캐스팅하게 됐다. 이승기 역시 고등학생 때 데뷔했다. 이런 친구에게 무슨 주변머리가 있겠나. 당연히 좌절도 많이 하고 좌충우돌했다. 여배우들과 이승기가 함께하는 성장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행 첫날부터 열흘째 날까지, 고생과 좌절, 낙담, 자책을 반복하면서 이들은 성장했다. 그리고 그는 이승기와 네 배우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 PD는 '꽃보다 누나' 첫 촬영 후 '멘붕'에 빠졌다.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스파게티나 스테이크를 먹을 줄만 알았던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파김치라든지 고들빼기김치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김희애는 짐의 4분의 1이 반찬이었을 정도.
할배들과는 다른 누나들이었다. 라면과 일회용 밥이 전부였던 할배들과는 달리 누나들은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을 챙겨왔다. 여행 첫날부터 파김치를 먹더니, 결국 비용을 절약해 다른 곳에 썼다.
나 PD는 "거창하지만,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싶었다. 평범한 인간이나 대단한 사람 속에서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부분이 있다. 여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더라"라고 말했다.
세 번째. 여자.
나 PD와 이승기는 '꽃보다 누나'를 통해 여자를 배웠다. 글이나 경험으로 배웠다기보다는 누나들의 행동이라든지 말투를 보며 '여자'를 알게 됐단다.
'꽃보다 할배' 당시 남자 중견 배우들의 각기 다른 성격 때문에 이서진과 함께 동분서주했던 나영석 PD. 그는 "확실히 여배우들이라 감수성이 풍부하더라. 100M를 걷는다면 남자 선생님들은 그냥 직진만 하는데 여배우들은 100가지 물건을 다 구경하면서 만지고 느끼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어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을 못 자 힘들어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할배들과 달랐다. 윤여정 선생님은 20년 동안 쓴 고데기를 가져갔는데 고장이 나서 이승기가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할배때는 선생님들 연배가 높아서 쩔쩔매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알았다. 하지만 여배우분들은 대체 왜 언짢은 건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모르는 채 남아있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여자를 배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