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대외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실시할 것으로 예견됐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된 것과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등 미국발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여전히 높은 실업률 등을 이유로 8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양적완화)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 대립으로 인해 열흘째 셧다운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실패할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미국 정부의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가능성 등을 성장의 하방위험으로 꼽았다.
아울러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국내 경기상황도 금리 동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지표의 개선세와 낮은 물가 수준으로 금리를 움직일 필요성은 낮아진 상태다.
지난 8월중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1.8%, 설비투자는 0.2% 늘었다. 이 기간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4% 증가했으며,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보다 43만2000명 늘었다.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가 모두 증가한 것이다.
다만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9월 중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5% 감소했다.
또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14년 만에 최저치인 0.8%를 기록했다. 다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6% 상승해 전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금통위는 향후 물가에 대해 “무상보육 정책 등에 의한 하락 효과, 국제곡물가격 하향 안정세 등으로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률은 현재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를 밑도는 수준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년간 물가 수준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간 격차)의 마이너스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내년이면 물가도 현재의 물가안정목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 수정치도 발표했다.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지난 7월 발표했던 수치와 동일하게 봤지만, 내년 성장률은 종전 연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연 3.8%에서 3.6%로 낮추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3.7%에서 3.5%로 내렸다. 김 총재 역시 이에 대해 "3.8%는 성장 잠재력에 준하는 수치"라며 "하향 조정한 것은 국내보다 글로벌 경제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4%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