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이태란 캐스팅, KBS가 둔 신의 한 수였나?

2013-09-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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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이태란[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왕가네 식구들'의 둘째 딸로 배우 이태란을 캐스팅한 것은 KBS(사장 길환영)가 둔 신의 한 수였을까?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그릇된 결정이었을까?

이태란은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에서 생활력 최고의 둘째 딸 왕호박 역을 맡았다.

극중 이태란은 언니 왕수박(오현경)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돈벌이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 캐릭터를 연기한다. 또 백수 남편 처세달(오만석)은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아내에게 '억척'이라는 앞치마를 입히면서 왕호박은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가 됐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호박은 극을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핵심 인물이다. 언니 콤플렉스에 상처받은 동생 호박과 잘 나가던 사업가 아내에서 쫄딱 망해 친정으로 돌아온 언니 수박이 앞으로 그려갈 에피소드가 기대되기 때문.

게다가 지난 2006년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연기대상 최우수상까지 거머쥐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태란이기 때문에 '왕가네 식구들' 속 '왕호박 에피소드'는 더욱 기대를 모은다.

'결혼의 여신' 이태란[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어쩐지 심기가 불편하다. 이태란은 '왕가네 식구들'과 한 시간 간격으로 방송되고 있는 SBS '결혼의 여신'에서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부잣집 마나님 홍혜정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꾸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꼬질꼬질한 주부로 나오던 그가 한 시간 사이에 명품으로 치장한 청담동 며느리가 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응 역시 냉랭하다.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며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이태란의 연기력만 믿고 보기에는 두 작품의 내용이 혼돈스럽다는 반응이다.

이태란이 왕호박 역에는 제격이지만 '왕가네'의 일원이 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었다는 것이 주된 의견. "'결혼의 여신'이 갑작스럽게 연장을 결정하면서 부득이하게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됐다"는 이태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와 방송사의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이 아쉽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결혼의 여신'이 12회 연장을 결정, 우리는 올가을까지 이태란의 이중생활을 견뎌내야 한다. 이태란의 캐스팅, 과연 KBS가 둔 신의 한 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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