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밀가루 출고가가 평균 8.6~8.8%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밀가루 가격을 평균 8.8% 인상했고, 동아원과 대한제분도 각각 8.7%, 8.6% 인상된 가격을 책정했다.
식품업계측은 "밀가루의 경우 지난해 6월분 국제 원맥의 가격이 연초 대비 40% 오른 상태"라며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1% 하락하며 석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8.8% 하락해 감소폭으로는 지난 2009년 10월(-15.3%) 이후 최대폭이다.
원화 급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6.6% 떨어진 수입물가에 따라 올 초까지 원화의 강세가 지속되며 수입물가도 약세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두부와 된장 재료로 쓰이는 대두 수입가격은 넉 달새 12.3%나 떨어졌다.
때문에 밀가루 값 인상과 관련, 원가 변동 요인이 제품가격에 적절히 반영됐는지 관련 당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창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지난해 6월 말부터 가뭄 등 날씨 탓에 밀·옥수수·콩 등의 국제가격 폭등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밀가루 가격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여파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성 과장은 또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과 관련해서는 원가분석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상요인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임덕에 들어선 정부의 물가 컨트롤타워가 힘을 잃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기점으로 가격인상을 일제히 단행한 품목들에 대한 가격 짬짜미(담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달 2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당한 식품가격 인상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바로 다음날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식료품 업체들이 두부·콩나물 등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에 대해 신동권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식품업체의 담합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섣불리 가격 담합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신 국장은 "다만 이들 업체간 서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이날 발표한 '밀가루 가공식품 가격인상률 분석'에 따르면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최종 소비제품(과자·라면·식빵)의 밀가루 원재료비 비중은 평균 12.5%를 차지했다. 최근 밀가루 가격인상률(평균 8.2%)을 감안하면 각각 0.64%, 0.92%, 1.76%로 평균 0.95%의 인상 요인이 있는 셈이다.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몇십원, 몇백원씩 가격을 올리는 현실과 달리 실제적인 가격인상 요인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가공식품들의 가격 상승은 대체로 밀가루 가격 상승효과를 항상 초과했다"며 "밀가루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가공식품들의 가격은 오히려 인상되는 등 가격 하락이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