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국제 조세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의 둔화가 지속되면서 주요국은 경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법인세 감세에 나서고 있다”면서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화 시대에서는 조세정책의 국제적 조화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도 법인세 증세를 지양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저성장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5%로 노르웨이,룩셈부르크,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에 이어 OECD 34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 미국, 캐나다 등 G7 국가들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낮다. 다만 우리나라 GDP 대비 소득세와 일반소비세(부가가치세) 비중은 각각 3.6%, 4.4%로 OECD 평균인 8.4%, 6.9%보다 낮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세정책방향도 우리나라와 주요국 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율 인상 등 법인세 증세를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요국은 재정위기 속에서도 법인세 감세를 통해 기업 경쟁력 제고와 경제성장 지원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올해 4월부터 법인세율을 30%에서 25.5%로 인하했고 영국은 작년에 법인세율을 28%에서 26%로 인하한데 이어 올해는 24%로 낮추고 향후 2년간 단계적으로 22%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미국과 프랑스도 법인세 감세를 추진 중이다. 재선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5~28%로 인하할 계획이며, 프랑스 올랑드 정부도 지난 11월 법인세수를 3년간 450억 유로 감세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업친화적 조세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각 국은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법인세를 감세하며 기업 친화적 조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도 경제 규모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외국과 달리 법인세 증세로 세수를 확보하려 한다면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법인세 감세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부가가치세 증세를 추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월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개정 법률을 공포했으며 영국은 작년부터 부가가치세율을 17.5%에서 20%로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현행 부가가치세율 19.6%를 20%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국가채무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재정위험이 높아지다 보니 자원배분의 왜곡 등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작은 부가가치세 증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나 추세면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인 만큼 아직은 부가가치세 증세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복지재원은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세원 탈루 방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등 세원 확대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저성장 국면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아무쪼록 새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세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