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 |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인사 철학은 확고하다. 말단 행원에서 은행 최초로 내부 출신 행장자리까지 오른 그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 행장은 행내 인사에서 ‘차별’이라는 단어를 없앴다.
지난 11월 기업은행은 235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했다. 이 때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그룹의 전형도 진행했다.
가난 등 환경요인으로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채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문대 출신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넓혀주자는 취지였다.
기초생활수급자는 414명, 전문대 졸업자는 48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최종에는 기초생활수급자 12명과 전문대 출신 10명 등 총 22명이 뽑혔다. 전체 신입직원의 10% 가량이다.
인사를 총괄한 박진욱 경영지원본부 부행장은 “4인 가족이 한 달에 1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가정에서 사는 지원자 등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았다”면서 “보호자에게 전화로 자녀의 최종합격을 통보하는데, 이들의 보호자는 대부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전화를 받으면 펑펑 울더라”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신입행원 공채시 이 같은 별도전형 채용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미 기업은행의 열린 채용은 금융권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고졸자들을 영업점 텔러로 고용하며 고졸채용 바람을 일으켰고, 지난 4월에는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10명을 채용해 외국인 고객 수가 많은 영업점으로 배치한 바 있다. 장애인 직원들도 꾸준히 고용해, 은행권 가운데서 유일하게 정부에서 제시한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비율(2.5%)을 넘겼다.
열린 채용에 대한 철학은 곧 열린 인사로 진행됐다. 지난 7월 단행했던 ‘원샷 인사(임원에서 말단까지 함께 하는 인사)’에서는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전기사로 입행해 보일러공 등을 거쳐 은행원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으로 승진한 이철희씨(53), 청원경찰 신분으로 입행 후 21년여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돼 약 5000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며 4급 과장으로 발탁된 김용술씨(50) 등이다.
연령과 학력 편견을 깨고 능력과 실적 중심으로 인정받는 곳. 그 따뜻한 문화가 알려지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기업은행의 인기가 높아졌다.
박진욱 부행장은 “어차피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지원자들에게 뭐하러 압박면접으로 가슴에 못을 박나”라며 “모두가 기업의 잠재고객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원자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올해에도 6번째로 도전해 합격한 지원자가 나오는 등 기업은행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는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
한편 내년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은행권에서는 채용 규모도 축소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신입행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은행의 업무량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