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격전장으로 변한 상황이다. 선진국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을 비롯한 가까운 일본과 중국 기업들의 동남아 투자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동남아 국가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11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동남아 국가별 투자액을 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3분기 외국인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외국계 투자자의 대규모 투자사례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GM이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새 자동차 모델을 출시하고 생산라인을 구축, 내년 1분기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또 세계 9위 철강회사인 일본의 JFE스틸이 인도네시아에 3억6500만 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최근 민주화로 투자 매력이 증가한 미얀마에선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의 편의점 기업 로손이 미얀마 수도 양곤에 1호점을 열고 3년 내 100개 점포로 확대하기로 했다. 마루베니, 스미킨물산 등은 미얀마에서 위탁 생산한 봉제품의 일본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 기업도 총수가 직접 나서 동남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최근 강도가 높아진 기업 사정 바람으로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직접 방문해 각국의 총리 등과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사장단회의를 열고 동남아 사업 확대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지난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해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태양광, 플랜트,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사업을 협의했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은 최근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해외출장 등 직접 투자활동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승연 회장은 법정구속으로 인해 지난 8월께 동남아 출장계획이 무산됐다. 특히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생명이 추진하던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동남아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그룹 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온 관례를 깨고 처벌강도를 높인 것은 대선을 앞둔 경제민주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일본은 정부가 나서 민간기업과의 치밀한 전략 아래 동남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오너 공백 등으로 진출 시기를 놓치고 있어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