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9월 국제곡물가격지수는 263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08년 4월 274에 근접한 수준이다. 옥수수와 콩은 t당 각각 320.7달러와 615.2달러를 기록하며, 최고 가격을 이미 갱신했다.
국제곡물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풀 꺾이는 듯 보였다. 주요 곡창지대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가뭄이 해갈되자 이에 따른 기대심리가 작용, 상승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8월 곡물가격지수는 7월과 동일한 260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가뭄 해갈이 당장 실제 생산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하자 곡물가격지수가 이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분가들은 분석했다.
곡물가격지수가 상승하자 이를 포함한 전체 식품군의 가격지수를 나타내는 세계식량가격지수도 216을 기록, 두 달 만에 소폭(3포인트) 상승했다. 곡물 사료를 많이 사용하는 돼지, 가금육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식량가격지수를 끌어올렸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물가지수 상승세의 여파는 국내 시장물가 상승을 서서히 부추기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는 가격 변수를 고려해 약 4개월 분의 원재료를 사전에 비축해 둔다. 즉, 해외 곡물가 상승이 국내 식품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4개월이라는 얘기다. 결국 7월부터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됐음을 감안했을 때 내달부터 식품값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짙다는 게 관계자의 주장이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이미 재료값 상승을 내세워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곡물 자급률 탓에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금 상황이 더욱 달갑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곡물 자급률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자급률(110%)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올해는 믿었던 쌀 자급률마저 80%대로 떨어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104.6%였던 쌀 자급률이 불과 2년 만에 83.0%로 급락한 것이다. 이 같은 하락폭을 따졌을 때 쌀 자급률은 내년 80%를 밑돌 가능성이 현재로선 충분하다.
매년 여의도 8배가량에 이르는 농지가 농업 이외의 용도로 전환되고 있으며, 불법 전용되는 농지까지 포함하면 실제 줄어드는 농지의 면적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지 휴경률 또한 급증하고 있다. 휴경률은 2000년 0.9%였으나 2005년 2.4%, 2009년 2.7%, 2010년 2.9%로 늘어 지난해 처음 3%를 돌파했다.
현재 쌀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거래된 쌀 20㎏의 도매가는 4만2250원으로 최저 수확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4만500원보다 4.3%가량 올랐다. 같은 양의 쌀 도매가가 3만2150원이던 2010년과 비교하면 2년새 가격 상승률이 31.2%에 달했다.
이처럼 국내 쌀값이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는 등 식량과 관련한 위기감이 팽배한 현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전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곡물 자급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 오는 2015년까지 연간 수입곡물 1400만t 중 400만t을 해외 곡물기지로부터 도입할 계획을 밝혔지만 부실한 사업 계획과 정보부족으로 올해 단 1t의 곡물도 해외서 국내로 반입하지 못했다.
자급률 악화에 따른 쌀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닌 안일한 대처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민간 신곡 수요량은 401만5000t톤으로 올해 예상 쌀 생산량(407만4000t) 보다 약 5만9000t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쌀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