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1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전자사장단 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바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 이 회장이 상하이를 다시 찾았다.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접어든 중국에서 이 회장이 던질 새로운 화두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제조공장에서 소비시장으로… 중국 변화를 따라잡아라
이 회장은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등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중국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이 지난 1992년 중국에 처음 진출하면서 수립한 초기 전략은 전자제품 관련 연구개발(R&D)과 설계, 자재구매, 생산, 판매, 사후관리 등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중국 내에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삼성의 중국지역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도 전략 수정에 나설 시기가 됐다.
현재 중국은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는 기존 경제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고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경제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장원기 사장은 지난달 중국 현지 강연을 통해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공장이 아니다”며 “70억 달러를 투자해 시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생산라인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닌) 중국 내 수요 확대를 감안한 조치로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전자시장 내 삼성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현지 기업과 소비자들의 수요를 철저히 파악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사업영역 확대도 적극 모색할 듯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단순히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 제조업 상품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과 유통, 의료 등 서비스업 부문에서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도 중국 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지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아직 진출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투자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중국을 찾은 것은 그룹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과 글로벌 경제 여건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이 중국 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