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아주중국> 새로 쓰는 중국이야기

2012-09-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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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중국경제 그리고 인민생활(中)<br/>부동산 광풍 그 시작과 끝<br/>글 최헌규 기자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국 주요도시 마다 현대식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으나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워낙 많아 주택은 늘 모자라고 가격도 갈수록 치솟고 있다. 베이징 조양구에서 건축자재인 붉은 벽돌을 가득 실은 마차가 한가롭게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대로를 지나고 있다.

◆ ‘아방궁’을 짓는 부동산 개발상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대책을 쏟아내는 한국과 정반대로 중국은 지금 되레 부동산 경기 억제에 혈안이 돼 있다. 전반적인 경기하강 압력에 대응해 통화긴축은 완화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거래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시장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붕락의 공포에 짖눌린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부동산 과열 억제가 최대 정책 현안인 것이다.

한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때문에 내집을 가진 하우스푸어가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중국은 집을 갖지 못한 팡누 (房奴 내집마련에 아둥바둥하는 가난한 서민) 들을 위한 대책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국무원 총리가 직접 나서서 결코 부동산 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부동산 안정에 강한 의지를 천명하더니 8월중순(2012년)께 정부차원에서 초강력 부동산 억제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들어 대외수출 등에 영향을 받아 실물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나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내집마련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인들은 참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관광과 영화, 화재(火災)와 싸움은 물론이고 매일 열리는 전람회와 박람회, 상가들의 길거리 프로모션까지 중국인들은 구경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베이징 시내에 자리한 베이징 국제전람관과 궈마오 등 주요 전시장에서는 거의 연중무휴로 셀 수 없이 많은 전시회가 열린다. 자동차, 전자정보 통신기기, 복장, 종묘(씨앗), 위성방송 장비, 출판, 미술 등 어느 분야의 전시회든 구경 좋아하는 중국인 참관객의 발길이 미어터진다.

입장료가 30위안(약 5,100원) 안팎으로 그렇게 싼 편이 아닌데도 일반인들까지 전시장에 몰려들어 해당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트렌드를 구경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이렇듯 전람회의 인기가 높다 보니 인기공연장처럼 현장에는 예외 없이 암표장사꾼들이 출현해 ‘흥행을 연출하는 조역’으로서 단단히 한 역할을 수행한다.

2009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붐을 타고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대 호황으로 치닫던 가운데 베이징에서 초호화 부동산 전람회가 열려 설왕설래와 함께 잡음을 빚었다.

베이징 중심 상업지역인 궈마오(國貿)에서는 2009년 11월 12~15일까지 나흘간 ‘베이징 동계 부동산 전람회’가 열렸다. 매년 초겨울 부동산 휴면기를 몰아내자는 취지에서 치르는 일종의 부동산 프로모션 행사였다.

예년과 달리 이 행사는 사상 유례없는 초호화판 귀족전람회로 치러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시된 부동산의 경우 일반인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호화주택이었고 통상 5위안 하던 전람회 입장표도 100위안으로 올려서 팔았다. 4일짜리 통합표는 무려 300위안이나 했다.

집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전시장을 찾았던 시민들은 한마디로 ‘가난한 자 사절’이라는 발상이라며 ‘돈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양극화가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마당에 이런 전시회로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장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매체는 19세기 망국의 시기 상하이 조계공원에 등장했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入內)’라는 모욕적인 표지판을 인용, 전람회가 마치 ‘개와 가난뱅이는 출입금지’라고 경고하는 듯하다고 매섭게 꼬집었다.

논란이 어쨌든 주관 측이 ‘돈 없는 사람 공연히 들어와서 물 흐리지 말라’고 얘기할 만하듯 전람회장 안은 초호화판 부동산 매물들로 빼곡했다. 말 그대로 아방궁이나 다름없었다. 수천만 위안(수십억 원)에서 수억 위안(수백억 원)하는 아파트와 고급빌라, 여기에다 천상에서 막 내려온 듯한 미녀 도우미들의 장내 서비스가 휘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물로 전시된 주택들도 대부분 제곱미터당 수만 또는 수십만 위안으로, 일반적으로 5,000위~7,000위안대에서 거래되는 서민아파트와는 애초부터 격이 달랐다. 전람회에 참가한 한 부동산 개발상은 “제곱미터당 4,000위안짜리 수십 채를 파는 것보다 5만~10만 위안짜리 한 채를 팔겠다”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갑부들을 상대로 한 타겟 마케팅이 먹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 주관 측은 또 호화주택을 찾는 상류계층 인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람장 내에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 값비싼 음악회를 개최하거나 최고급 음료 등 초호화 황제서비스를 제공했다.

100위안이라는 고가의 입장료에 질려 발길을 돌리던 한 시민은 마침 전시장을 취재 중이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서민들은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투라며 가난도 서러운데 수치심과 모욕까지 당해야 하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또 한 주민은 ‘지난 2009년 초만 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부동산 개발상들이 회생한 것은 순전히 정부의 유동성 공급 덕분인데, 지금은 사회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서민들을 무시한 돈잔치에 혈안’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세계 금융위기로 잠깐 하강했다가 2010년부터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도시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당시 신규 분양에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청약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아파트가 마치 시장에서 무, 배추 팔리듯 팔려나갔었다.

◆ 부동산이 초래하는 사회적 위화감.
“본토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 홍콩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중국 본토의 집 없는 팡누들이 집값 비싸기로 소문난 홍콩을 끌어들여 치솟는 중국 집값을 한탄하는 냉소적 우스갯소리다.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중국사회의 중론이지만 그중에 집값이 아직 싸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도 있다. 바로 상장기업 화위안(華遠)의 런즈챵(任志强) 회장이라는 사람이 중국 부동산 저평가론의 중심인물이다.

런 회장은 수급과 건축비 등을 감안할 때 중국 부동산은 상당기간 더 올라야 한다는 상승 당위론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지표와 물가를 비교할 때 부동산만큼 오르지 않는 상품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무주택이 자랑인가?’ ‘가난은 권세 아니다’ ‘집값 너무 싸다’ 그는 틈만 나면 이같은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무주택 집의 노예 팡누들은 런 회장을 독단에 가득 찬 정신 나간 인사 취급을 하면서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람들은 “집값에 대해 13억 명의 인민이 모두 비싸다고 하는데 런즈챵 혼자서만 싸다며 허튼소리를 해대고 있다”고 쏘아붙인다.

하지만 입담 좋은 런 회장은 이런 집값 논란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경제규모(GDP)는 3,000여 억 위안에서 30조 위안으로 100배나 불어났다. 근로자 평균월급은 28위안에서 2,800위안으로, 배추 값도 2펀(分)에서 2위안으로 역시 100배씩 올랐다. 같은 기간 유독 부동산만 16.6배 상승에 그쳤다. 이런데도 집값상승을 타박할 수 있나?”

이에 대해 팡누들과 전국 네티즌, 경제학자들은 “대자본의 석유 메이저가 석탄재나 주어 연명하는 민초들의 고달픔을 어찌 알겠냐”며 맹비난하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배추가 아니라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며 컴퓨터는 10년 전 가격의 20% 수준인데 런 회장의 방식대로라면 10년 전 제곱미터당 1,984위안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396위안으로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무계한 궤변을 당장 그치라고 반박한다.

한 네티즌은 이 경제학자의 주장에 호응해 “맞아요. 런즈챵의 논리대로 라면 30년 전 2만 위안 하던 무전기(휴대폰) 가격도 200만 위안(4억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네요”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베이징의 보통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도심 인근 4환로 주변에서 약 195만 위안이라며 연봉이 770만 위안(약 16억 원)인 런 회장 입장에선 두어 달치 월급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으니 집값이 쌀 수밖에 없겠다고 꼬집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전국 평균 집값은 지난 2001년 제곱미터당 2,170위안에서 2008년 3,919위안으로 올랐다. 도시 주민의 지난 2008년 가처분소득이 1만 5,781위안임을 감안할 때 80제곱미터짜리 서민주택 한 채를 마련하는 데 20여 년이 걸린다는 것으로 그만큼 주택가격의 왜곡이 심하다는 얘기다.

세상이 뭐라고 비난을 퍼붓든 간에 런 회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가난은 권력이 아니다”며 부동산 시세를 논할 때 서민들의 처지만 아니라 부자나 부동산 개발상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되받아 친다. 또한 자신은 가난뱅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자들을 위해 집을 짓는다고 호언한다.

런 회장은 1951년생 산둥(山東) 출신으로 런민(人民) 대학교 석사과정을 밟고 지난 1993년에 화위안부동산을 창업했다. 재계로 진출하기 전 베이징시 정협위원까지 지낸 런 회장은 거칠고 서슴없는 독설로 인해 중국 건설 부동산업계에서 ‘런 대포’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부자와 가난뱅이의 주택이 구분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상품가격이 결정되는 데 왜 대중이 나서서 참견하고 감독하는가.”

‘런 대포’의 입에선 사회적으로 파란을 일으킬 만한 주장들이 연일 그치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동산은 본래 폭리산업이며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가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이 쏟아지자 나를 ‘오물’에 비유하는 것은 오물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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