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규모 선물시장이 불법 업체 난립 부추겨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선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4조5393억원으로 지난 2010년(55조1529억원)에 비해 17%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60%를 넘는 주식선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423억원에 달해 전년(881억원)에 비해 무려 61.5% 늘어났다. FX마진(외환차익)거래 역시 지난해 11월까지 연간 누적 거래대금이 727조원에 달하며 2010년(539조원)에 비해 20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국내 선물과 FX마진거래가 급증하자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불법 선물거래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선물대여업체는 선물 혹은 FX마진거래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위탁증거금을 대납해주며 수수료를 받고 거래를 중개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선물거래를 하기 힘든 소액투자자들이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거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이들 업체를 통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시세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임의로 반대매매를 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기는가 하면 수익이 발생할 때는 이를 가로채고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무등록업체도 난무해 수시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로채고 있다.
◆ 파생상품 규제가 불법 선물업체 판 키웠다
특히 금융당국이 옵션 전용계좌를 폐지하고 주식워런트증권(ELW) 위탁증거금을 1500만원으로 정하는 등 투기 규제를 강화하자 레버리지투자에 길든 개미들이 불법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코스피200 선물이나 옵션, ELW를 매매하려면 최소 1500만원이 필요하지만 선물계좌 대여업체들은 50만원으로도 선물을 매매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분별하게 개인투자자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임에도 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이들 투자자를 노리는 업체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 2003년 선물 증거금을 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올릴 때도 불법 선물계좌 대여업체들이 난립한 적도 있다. 그만큼 ‘학습 효과’가 반영되지 못한 미봉책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근절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들을 완전히 뿌리 뽑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허위로 기재하고 업체명을 수시로 바꾸어가며 영업을 하고 있어 피해배상을 위한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인터넷 상에 ‘대여계좌’ ‘미니선물’ 등 단순한 키워드로 검색을 해도 이들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사업자번호까지 버젓이 올려놓는 등 합법적인 업체로 둔갑해 투자자를 울리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SNS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면서 더욱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실시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불법을 조장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 필요
금융당국은 불법 금융투자업체의 위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코스피200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는 인가를 받은 증권사 및 선물사만 가능하다. 금감원 홈페이지에 개설된 ‘제도권금융회사 조회’ 코너에서 검색을 할 수 없는 업체는 모두 불법 업체이며, 사이버 상에서 소액(50만원 이하)으로 선물투자를 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 또한 불법 업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서 수익을 목표로 하면 된다’, ‘선물대여업체의 선정 기준은 HTS가 안정적인 업체인지, 회원 수는 많은지, 입출금이 빠른지, 오버나잇이 가능한 업체인지, 증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광고나 안내문에 현혹돼 투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상당수의 불법 업체들은 주소,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허위로 기재하고 회사명을 수시로 바꿔 영업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해 배상을 받기도 어렵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