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사진 = KIA타이거즈]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5일 오후 2시 은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 은퇴를 알렸다. 이 자리에서 이종범은 코치연수 및 은퇴 경기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종범은 이날 선수 복장이 아닌 양복 정장을 입고 은퇴 회견장에 섰다. 지난달 31일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표명한 이후 닷새 만이다.
이어 이종범은 은퇴동기에 대해서는 "여러분 앞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은퇴 결정은 결코 갑작스럽거나 충동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구단에서 은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2008시즌이 끝난 뒤였다. 이후 하루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이 없다"며 "그때부터 목표는 하나였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옷을 벗겠다는 것'이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 또한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KIA타이거즈는 4일 발표했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은퇴식과 플레잉 코치직, 연봉보전, 영구결번, 은퇴경기, 코치연수 등을 제안했으나 이종범은 이 중 은퇴식과 영구결번만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인터넷에는 이종범이 은퇴경기를 끝내 거절하는 이유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그렇지만 이종범이 은퇴 경기를 거절한 이유는 후배 배려였다. 이종범은 "내일모레 시즌이 개막한다. 은퇴경기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차라리 후배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상대 팀도 생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구단에 은퇴경기보다는 은퇴식만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구단은 이종범의 의지를 존중해 오는 4월말 공식 은퇴식 행사를 진행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종범은 코치연수를 거절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코치 연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일본에서도 활동했기 때문에 선진야구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뒤이어서 "다만 끊임없는 공부는 필요하다"며 "늘 같은 곳에서 머무르니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 지' 걱정도 됐다. 더 넓은 세상을 보며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려 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은퇴 후 계획을 정하지 않았지만, 지도자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내와 상의해 대한민국 프로야구에 도움이 될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한편 1993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를 통해 데뷔한 이종범은 선수로 뛰며 통산 1706경기에 나와 '1797안타 194홈런 510도루, 타율 2할9푼7리'를 거뒀고 한국시리즈 MVP를 두 차례 수상했다. 특히 1994년 시즌에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타율 3할9푼3리'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