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돼 연내 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월 상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는 37곳에 불과하다. 그 나마도 올해 들어 전자투표제 도입을 신청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번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엔 섀도우 보팅(중립투표ㆍShadow Voting)의 폐지 조항이 포함돼 있어 이것이 실현되면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많았었다.
섀도우 보팅이란 주주총회에 불참한 주주들의 의결권을 참석 주주들의 투표 비율대로 반영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 때문에 지금까지 각 기업들은 주총 진행과정에 있어서 정족수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섀도우보팅 제도가 있는 한 굳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전자투표제 도입을 막는 섀도우보팅 제도를 오는 2015년까지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주총 전자투표 시대가 개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며 주총 전자투표 시대의 연내 도입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예탁원 관계자는 “주총 전자투표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참여가 많아야 하는데 이들이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한 파장을 예측하지 못해 도입을 꺼리고 있다”며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선 섀도우보팅 폐지 등과 같은 법적 환경 변화가 필수적인데 관련법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못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완전 포기하지 않고 오는 4월 국회에서 다시 처리될 수 있도록 3월 중 공정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한진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4ㆍ11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자본시장법 국회 처리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4월 말과 5월까지 개정안 국회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나 5월을 넘기면 이 개정안은 폐기되고, 섀도우보팅 폐지 역시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패널티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아이에너지의 한 소액주주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 보며 주식거래를 하는 소액투자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주총 참석과 주주권 행사에 아주 익숙하다”며 “주주권 행사에 용이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