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송유관 기름 절도범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였지만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송유관공사도 사유재산 관리 차원에서 감시인원 증원, 첨단시스템 도입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송유관 절도행각은 더 많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절도에 따른 기름 유출이 기름값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올들어 벌써 세번째…“확인안된 절도도 많을 것”
지난해 7월부터 송유관을 노린 절도범 형량이 최대 7년으로 늘었지만 송유관 절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14일 전주시 장동 여수~성남간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휘발유 10만ℓ(시가 2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강모씨(48) 등 3명을 구속하고 김모씨(45) 등 공범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화성에서 송유관 기름 절도가 신고됐다. 전문 기름 절도범인 이모씨(46) 등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께 경기 화성시 동탄면 오산리 주변을 지나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성~판교간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지난 1일까지 15차례에 걸쳐 경유 6만ℓ(시가 1억1000만원 상당)를 훔쳐 처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 들어 발생한 2건의 사건은 송유관공사가 설치한 LDS 시스템과 명예감시원으로 동원된 인근지역 주민들의 신고가 없었으면 적발할 수 없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절도범들도 지능화·점조직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하땅굴, 하천 횡단, 장거리 호스 설치, 관로 인근 건물임대, 화물차량 개조 등 방법도 다양하고, 기술자·자금책·운송조·감시조·판매책 등 기업형 도유(盜油)도 활개를 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알려지지 않은 절도범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따라 오른 도유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작년에는 15건 중 영남권에서 11건이 발생했지만, 올 들어서는 호남과 수도권 등 전국적인 양상이다. 전체 도유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도 2007년 48%(15건), 2008년 29%(9건), 2009년 45%(10건), 2010년 25%(3건), 작년 40%(6건) 등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 도유물량…"물가영향 배제못해"
송유관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와 나란히 매설돼 있어 절도범들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송유관 절도는 직접적인 기름 손실뿐만 아니라 시설물 훼손과 토양 오염 등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데에도 심각성이 있다. 송유관에는 기름이 고압으로 이동하고 있어 드릴 등 철제공구로 구멍을 뚫는 순간 기름과 유증기가 강한 압력으로 솟구치기 때문에 불꽃이 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금처럼 고유가 시대에 기름 유출로 인해 석유제품 가격이 영향받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도유물량이 많을 경우 기름값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예방활동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공사로 명명돼 있긴 하나 지난 2000년 민영화 당시 정부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대부분 내다팔아 왔다. 현재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가 각각 9.76%와 2.26%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기타 지분은 SK이노베이션(41.0%)과 GS칼텍스(28.62%), 에스오일(8.87%) 등 정유 3사와 대한항공(3.10%), 현대중공업(6.39%)이 나눠서 출자한 비상장기업이다.
저유소는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돼 위치 자체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송유관이 지나는 자리에 자칫 대형 건설공사 등에 따른 송유관 파손이 우려될 경우에는 일정 부분 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