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황금(Blue Gold)'으로 불리는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수(水)처리 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 국내 건설시장에서 '일감'이 확 줄면서 해외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바레인에서 5억5000만 달러의 '무하락 하수처리시설' 공사를 따냈다. 극동건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하수처리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스페인의 물처리 전문기업 '이니마(Inima OHL)'를 인수해 선진 수처리 기술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물·환경사업본부를 출범시켰고, 현대건설도 물·환경 전담사업부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건설업계가 수처리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물산업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0년 세계 물시장 규모는 약 580조원, 10년 뒤인 2020년에는 9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328조원)나 조선(283조원) 등의 다른 주요 제조업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고갈과 물부족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물이 황금산업이 되는 '블루 골드'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대형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수처리 관련 공사 수주 실적은 약 11억 달러. 한화로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현재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 외국기업들이 세계 물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도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의 수처리 기업인 '베올리아(Veolia)'는 지난 2009년 20조9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매출액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또다른 프랑스 기업인 '수에즈'는 세계 최대 물시장인 중국에 이미 20여개의 합작법인을 세웠을 정도로 진출이 활발하다.
최광호 GS건설 상무는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의 선진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최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기업과의 출혈경쟁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석화 해외건설협회 플랜트지원실장도 "국내 업체들이 휩쓸고 있는 중동 플랜트 공사에도 물 관련 시설이 많이 들어가는데, 물 부분은 대부분 외국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현 국토해양부 수자원정책과장은 "일본의 경우 얼마 전 태국에서 대홍수가 발생하자마자,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홍보를 시작할 정도였다"며 "우리나라도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을 유치하는 등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파트린드'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이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투자 및 운영관리를 맞고,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 국내 건설사는 시공을, 국토해양부가 조성한 글로벌인프라펀드는 투자를 각각 담당해 추진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