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전자서명을 통한 보험계약 허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현행 보험계약 규정은 전사서명에 의한 확인을 허용하지 않아 종이문서 낭비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이 장기손해보험 계약 기준 건당 1000원 내외의 보험료 절감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 양산을 비롯한 전자서명제도의 헛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보험계약 전자서명은 보험설계사가 태블릿PC 화면으로 각종 약관을 설명하고, 고객이 터치스크린에 사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요한 계약규정을 낯선 컴퓨터 화면으로 안내할 경우 대다수 가입자들이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에 동의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면계약 시에도 어렵고 복잡한 약관을 간과하기 일쑤인 고객들이 태블릿PC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가능성은 낮다”며 “대충 스크롤바만 내려 약관을 훑을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설계사들이 이미지 파일로 데이터베이스(DB)화 되는 전자서명을 다른 곳에 도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서면계약 서명은 개인의 특색이 담겨 있는 데다 사인을 할 때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라 모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자사명은 컴퓨터 파일 형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복사나 위조, 변조가 용이하다.
설계사들이 이러한 전자서명의 특성을 악용해 허위 계약을 체결하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챙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개인 서명자료가 전산화되는 만큼 해킹에 대비한 보안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설계사들에게 다량의 태블릿PC를 지급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보험사가 적극적인 제도 도입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금융위는 현재 전자서명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개별 보험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르면 6일 안에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가인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 최종안에는 전자서명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보완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애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보험과 사무관은 “전자서명 계약서는 글자 크기를 줄이지 않고 기존 서면계약서를 그대로 구현토록 할 계획”이라며 “전자서명을 원하지 않는 고객들은 서면계약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