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8시 36분께 고리 원전 3호기(95만kW급)가 터빈발전기의 과전압 보호계전기가 동작하면서 발전이 정지됐다. 전날 저녁 8시 5분쯤 울진 1호기(95만㎾)가 정지된지 단 12시간 30분 지나서 발생한 원전 고장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당장 이 두 원전이 멈춰서자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전력예비력은 618만㎾로 떨어져 예비율이 한자릿수(8.9%)로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로써 전체 21기의 원전 가운데 이날 현재까지 가동되지 않고 있는 원전은 정비에 들어간 울진 4호(100만㎾), 5호(100만㎾), 월성 4호(70만㎾)를 합쳐 모두 5기에 이르게 됐다. 발전용량만도 460만kW에 달해 비상시 예비전력량보다 크다.
지난 9·15 대정전 사태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피해를 야기한 정부와 전력당국이 재발방지를 약속해 왔지만, 잇따른 원전 고장으로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대정전 사태 당시에는 기상이변과 수요예측을 잘못해 전력피크로 발생했지만, 최근 상황은 오히려 전력을 발생하는 시설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발전 정지 같은 비상 상황과 전력예비율의 급격한 하강이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단순한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심각한 설비 이상이 발견된 울진 4호기의 케이스 같은 것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3주 안팎 기간에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연내 재가동하려다가 그 시기가 내년 4월 이후로 넘어간 경우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2월말까지 이어지는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 기간에 원전 7기를 정비하게 되는 것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자칫 울진 4호기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편 전력당국은 대용량 전력수요처를 상대로 전기소비 감축을 통해 가능한한 많은 전력을 확보하는 데 진력함으로써 시민 불안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울진 5호기가 오는 22일, 월성 4호기가 하루 앞선 21일 각각 정비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460만㎾ 중 170만㎾ 분은 곧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전날 사고로 가동이 중지된 울진 1호기도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른 시일내 작동을 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전력당국은 비상상황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