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 속에 비상경영 상황임에도 불구,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재벌 총수의 사재 출연 등 '릴레이 기부'를 여권에선 압박하고 있어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대 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2만40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키로 했다. 특히 정부의 공생발전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자 고졸 인력도 지난해에 비해 13% 증가한 3만5000명을 신규 모집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전경련이 30대 그룹의 올해 채용계획 및 상반기 채용실적을 파악한 결과 30대 그룹은 올 상반기 6만8000명을 채용했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지난해(11만명)에 비해 12.7% 늘어난 12만4000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졸 출신은 3만5000명을 새로 뽑기로 했으며, 상반기에 이미 계획의 52.8%인 1만8000명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채용된 고졸 출신은 2009년 2만3000명에서 지난해 3만1000명에 이어 올해 4000명 증가하게 된다.
대기업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를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와 계열사들이 5000억원의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50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발표하는 등 재계의 사회공헌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상태다.
그간 재계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감세 철회 및 반값 등록금 제도 등에 대한 '포퓰리즘' 비판 발언과 한진중공업 사태 등으로 인해 정치권과 불편한 사이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 대기업들이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반성장 정책과 관련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난색을 보인 데다, 오히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 진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 구상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시대적 요구"라며 재계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재계로선 이같이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이 결코 편할 수 없어서인지 정부의 공생발전 구상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악화로 기업들이 비상경영상황에 있으면서도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는 것은 공생발전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편 30대 그룹의 투자는 지난해 대비 14.3% 증가한 11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투자실적은 5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도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30대 그룹의 협력사 지원은 지난해 대비 52.7% 증가한 1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분야별로 구매·판매분야에 대한 지원이 38.4%로 가장 많았고, 연구·개발(R&D)(29.4%), 생산성 향상(16.6%), 보증·대출(10.0%), 인력양성(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대기업의 사회공헌사업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그룹들이 설립해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2510명의 장애인과 여성가장 등 취업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찾았다.
올해 8월까지 기업 미소금융재단의 대출실적은 6842건, 100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인 4133건, 466억원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졸 출신자의 취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특성화고 육성과 직장교육 강화 등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재계가 머리를 맞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