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퇴직연금펀드는 노후를 준비하는 상품인데 급락장에서도 끄떡없어야죠. 운용 방식 자체가 일반 펀드와 달라요."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급락한 데 비해 퇴직연금펀드는 되레 수익을 올리고 있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설계된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을 회피해야 한다는 운용 방식 덕분이다.
2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퇴직연금펀드는 전일 기준 모두 325개에 설정액 2조3740억원을 기록했다.
◆설정액 3년새 4배 증가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은 3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2008년 8월 5800억원 남짓이던 설정액은 전일 기준 2조3700억원으로 31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6개월만 4800억원, 1개월 사이에도 900억원 가까이 유입됐다. 개인연금펀드나 연금저축펀드가 한 달 사이 각각 103억원, 622억원 증가한 것보다 최대 9배 많이 늘었다.
코스피가 이달 들어 급락한 데 비해 퇴직연금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온 것이다.
이연주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코스피가 1700선까지 밀리면서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며 "퇴직연금펀드는 순유출이 일어나지 않은 몇 안 되는 펀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수익률 3배 앞서
코스피는 16일부터 전일까지 1906.71에서 1781.92로 6.54% 하락했다.
이에 비해 퇴직연금펀드는 같은 기간 1.53%만 빠졌다. 퇴직연금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3배 가까이 앞섰다.
ETF를 제외한 29개 테마 펀드 가운데 최근 1주일 수익률이 퇴직연금펀드를 앞서는 것은 엄브렐러펀드와 원자재펀드, 헬스케어펀드뿐이다.
증권가는 보수적인 운용 전략 덕분인 것으로 풀이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DB형을 보면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보장된 대신 퇴직금 운용주체인 사용자가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반면 DC형은 위험자산 노출도가 크게 제한된다.
DB형은 전체 적립금 가운데 70%를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할당할 수 있다. DC형은 주식비중이 40% 이하로 제한된 상품에만 가입해야 한다. 특성상 DC형은 대부분 적립식으로 투자되고 있다.
매입단가 평준화(코스트 에버리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사들여 매입단가를 낮추는 식으로도 수익률을 일부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되오르면 수익률도 더욱 큰 폭으로 개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노후를 준비할 만한 상품을 찾는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급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보인 퇴직연금펀드가 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