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경제 성장세와 맞물려 치솟은 물가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 등 규제 강화 조치가 브라질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파울루증시 벤치마크인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2년간 72% 급등했지만, 올 들어서는 13.5% 떨어졌다. 최근에는 14개월래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이는 인도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주요지수보다 못한 실적이다. 지난해 64억8000만 헤알에 달했던 하루 평균 거래액도 지난 5월 60억7000만 헤알, 6월 59억1000만 헤알로 줄었다.
브라질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이자 기업들은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일정도 미루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브라질 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10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다.
브라질 증시가 이렇게 휘청이게 된 것은 인플레이션 탓이 크다고 FT는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가 물가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대출을 규제한 것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이후 줄곧 중앙은행 목표치인 6.5%를 웃돌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올 들어 다섯 차례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인 12.5%로 끌어올렸다.
고금리는 채권시장의 투자매력을 돋보이게 했고, 증시 유입 자금이 대폭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브라질 증시로 들어온 해외 자금은 28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7억4000만 달러)에 비해 70% 급감했다.
영국계 헤지펀드인 알제브리스인베스트먼트의 마시모 마시밀라 파트너는 "채권 이자가 12~13%에 달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을 무시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거품을 우려한 브라질 정부의 대출 규제는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은행주와 건설주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브라질 최대 상업은행인 이타우우니방코는 올 들어 19% 급락했고, 뱅코도브라실과 브라데스코도 각각 16%, 10% 떨어졌다.
브라질 증시 내 비중이 13%로 최대인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도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연초 대비 14% 하락했다.
헤알화 강세도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헤알화는 최근 달러화에 대해 12년래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유로 및 파운드화 대비 가치는 2008년 이후 38% 올랐다. 헤알화 강세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브라질 철강업체인 게르다우와 우시미나스의 주가는 지난 7개월간 각각 36%, 40%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브라질 증시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를 매입할 절호의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나도 마리아노 에퀴티리서치데스크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증시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지만, 오는 4분기께 금리 오름세가 진정되고 브라질 정부의 시장개입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브라질 증시의 잠재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