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인간과 괴 생명체의 사투를 그린 영화의 필수 요소는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이런 관점이라면 ‘7광구’는 영화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분명 힘이 딸린다.
우선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제주도 남단 7광구 지역,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 내부에 나타난 괴생명체와 인간들의 사투가 전부다. 그 주변으로 해준(하지원)과 동수(오지호)의 로맨스, 현정(차예련)과 치순(박영수)의 코믹 러브라인 등이 잔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시작과 함께 인간과 괴생명체의 사투에 대한 이유를 부여키 위해 삽입한 설명은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괴수영화 특유의 긴장감 형성이 떨어지고, 감독이 설명한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경종 차원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 시작, 그리고 중반부터 모습을 드러낸 이클립스호 선장 안정만(안성기)과 해준의 아버지가 간직한 비밀, 그리고 괴생명체와의 연관성은 이미 할리우드 또는 다른 괴수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구조다. 좀 더 참신함을 바란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한국형 3D 블록버스터란 타이틀에 걸 맞는 효과도 안타깝다. 시추선이란 밀폐된 공간과 괴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각각의 시퀀스는 3D 효과가 아닌 좀 더 정밀한 2D로 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아함도 든다. 스토리 구조상 입체감을 느낄 만한 요소도 느껴야만 하는 이유도 ‘7광구’에는 그리 크지 않은데 말이다.
반면 괴생명체에 대한 사실감은 기대 이상이다. 기존 영화의 경우 괴생명체의 실체 공개에 상당히 인색했던 부분이 크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 역시 “왜 다른 괴수 영화는 그 주인공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7광구‘에선 보다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초반과 중반 그리고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나뉘어진 괴생명체의 각기 다른 모습은 감정적인 부분까지 결합되며 시각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
언론시사회 당시 김 감독이 밝힌 10% 부족한 완성도 때문일까. 인물과 배경 및 전반적인 CG의 이질감이 큰 것도 약점이다.
주연인 하지원의 ‘고분분투’와 오지호 안성기의 안정감, 박철민, 송새벽, 이한위, 박정학, 박영수의 존재감이 그나마 이 약점을 상쇄 시킨다. 개봉 버전의 완성본이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지 궁금하다. 총 제작 기간 5년, 국내 최초, IMAX 3D 개봉 등 한국영화계에 상징성을 부여시킬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개봉은 다음달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