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들은 얘기인데 한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의 왕징(望京)이라는 곳에서 생업으로 헤이처(黑車 불법 택시운전) 영업을 하는 한국인이 나왔다고 해요.”
헤이처 운전은 중국 도시의 외국인 촌에서 중국인들이 자가용으로 주로 외국인 들을 상대로 무허가로 암암리에 영위하는 지하 택시 영업이다.
이것은 다소 위험하고 아주 궂은 일이어서 아무리 생업을 위한 방편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교민들이 그동안 전혀 손을 대지 않던 분야였다. 베이징의 한국인촌인 왕징 일대에서 한국인들은 그동안 중국인들이 모는 삼륜 인력거를 이용하는 손님이었지 헤이처 운전수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정말이냐”고 되묻자 이 지인은 새삼스러울게 없다는 태도로 “왕징일대에는 이미 파다하게 소문이 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왠지 기분이 개운치 않은 와중에 불현듯 5년여전 어떤 경제 전문가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믿기지 않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인 여성들이 중국인 고객을 상대로 안마하고, 심지어 중국인 집에서 가정부로 취업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용과 같은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 일이 5년, 또는 10년전후로 갑자기 우리앞에 현실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
멈출 줄 모르는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세와 도시 농촌할 것 없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주민들의 소득, 이에따른 위안화 파워와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세상을 그렇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당시 이 학자는 주장했다.
“지나치게 과장된 얘기 같습니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으려면 한 20년은 더 걸릴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학자의 주장이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실제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한국인 여성이 캐나다의 한국 식당에 취업할 경우 월급여가 200만원 정도합니다. 베이징의 어느 중국인 부자가 한국음식과 한국어 등이 필요해 1만위안(200만원)을 주고 한국인 가정부를 구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취업을 마다하고 굳이 교통비용과 거리가 먼 캐나다로 해외취업을 나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언젠가 중국 전문가인 교수 한 분은 이렇게 말하고 앞으로 한국인이 중국인들을 상대로 각종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일이 봇물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중국 현지 대도시에서는 한국 인력을 채용하는 중국 기업과 기관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의 제조기술과 자본력, 산업경쟁력, 소득증가와 구매력에 기초한 사회 소비증가 등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해 우리가 도저히 믿기 어려웠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 대해 가졌던 일체의 고정관념들이 잠깐사이에 깡그리 뒤바뀌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