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최근 놀랄 만한 내수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한·일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기술을 전수해준 한·일 기업들이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건설기계장비 등 산업 전분야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의 역습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12일 중국공정기계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싼이(Sany)를 포함한 현지 브랜드들의 6월 중국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65.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고마츠·히타치 등 한·일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49.8%에서 35.0%로 떨어졌다.
싼이의 시장점유율은 8.4%에서 10.6%로 상승하며 코마츠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2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4.9% 급감했고, 현대중공업은 857대를 기록해 34.3% 줄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7%와 11.3%에서 각각 8.4%와 8.7%로 낮아졌다.
한화증권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신모델 출시에 따른 라인업 강화와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망의 확충, 공격적인 마케팅 등의 효과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 독자 브랜드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매달 내놓는 자동차산업 동향 최근 5년치를 분석한 결과, 중국 독자 브랜드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2006년 14.4%에서 2010년에는 39.7%로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량 역시 75만대에서 546만대로 7배 이상 늘어났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수백여 영세한 제조사가 난립해 시장 파악조차 하기 어려웠다. 전체 시장규모도 200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GM·폴크스바겐·도요타 등 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업체도 본격적으로 힘을 키워갔다.
베이징현대·상하이GM 등 50대 50의 해외 합자회사를 통해 사업 노하우 및 기술력이 토종업체로 이전된 점이 이같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포드·마쓰다·스즈키 등과 합작해온 창안자동차는 지난해 71만대를 생산할 만큼 회사 규모를 키운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파트너와 손잡고 독자 엔진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흡사 1960~1970년대 포드·미쓰비시 등과 협력하며 성장한 현대차를 연상케 한다.
GM·폴크스바겐 등과 합작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에서 분리한 체리자동차 역시 지난해 67만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체리자동차는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현지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일본 전자기업들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했던 중국 로컬 브랜드들도 강세다. 중국 로컬 소비자가전 기업들의 제조역량이 쌓이면서 음향기기·전자레인지 등 저가 제품에서 세탁기·냉장고 등 고가 백색가전 시장으로 점차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스카이워스(Skyworth)·하이센스(Hisense) 등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지난해 LCD TV 시장을 휩쓸 만큼 중국 토종기업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LCD-TV 제조원가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LCD 패널을 한국·일본·대만 등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