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희대의 살인마 ‘잭’, 그는 누구인가

2011-07-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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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잭더리퍼'가 내달 1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서 공연된다.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1888년 런던 화이트채플에서 매춘부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잭더리퍼’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1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존재에 대한 주장과 상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1888년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죽음을 초월한 세기의 로맨스를 무대화시켰다. 수사관 ‘앤더슨’의 사건보고로 시작되는 뮤지컬 ‘잭더리퍼’는 수사극 형식으로, 사건의 고리를 풀어가며 마치 퍼즐 놀이와 같이 사건과 범인을 파헤친다.

장기이식 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은 시체 브로커인 창녀 ‘글로리아’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서 ‘살인마 잭’과 거래를 시작한다. 극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순간, 객석은 탄성과 함께 극적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된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을 압도하는 치밀한 스토리텔링과 구성은 이 뮤지컬의 백미. 여기에 몸을 들썩이게 하고 귀에 감겨오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가 더욱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19세기 초 런던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무대와 함께 드라마틱한 선율과 하모니는 정교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곡과 곡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20곡이 넘는 뮤지컬 넘버는 캐릭터와 씬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스릴러의 치밀하고 계산적인 공식에 힘을 더한다.

더불어 스타일리쉬한 안무와 신성우, 유준상, 안재욱, 이정열, 김법래, 이건명, 엄기준, 김준현, 성민(슈퍼주니어), 서지영, 백민정, 오진영 등 스타 배우들의 호연은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의사 다니엘 역의 이지훈과 잭 역의 신성우, 앤더슨의 옛 연인인 폴리역의 백민정은 캐릭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뽐냈다. 배우 각각의 카리스마가 무대 위에서 그대로 분출됐다. 수사관 앤더슨 역의 민영기, 기자 먼로 역의 김법래, 다니엘의 연인 글로리아 역의 오진영의 노래와 연기 실력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무엇보다 현존 무대 기술을 총 망라한 무대 장치는 다양한 배경을 만들어내 마치 배우들이 그 배경 속을 실제로 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술처럼 변해가는 움직이는 원형무대 위에서 관객들은 점점더 몰입의 경지에 빠져들게 된다.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장면을 교차적으로 배치하고 하나하나씩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도 흥미롭다. 따라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결말에 다다라서는 드러나는 진실에 묘한 흥분마저 느껴진다.

‘잭더리퍼’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살인마 ‘잭’일 것이다. ‘잭’은 아마 우리 안에도 존재할 지 모른다. 오늘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건사고 소식에는 바로 당신 안에도 잭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이 작품은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 사람 모두에게 울리는 ‘경종’일 것이다. 123년 전 돌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잭’, 그는 어쩌면 이 사회에, 우리 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달 1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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